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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옥카페, "월요(月曜)"

영암(靈巖) 땅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떠올려도 좋습니다.

by 깨달음의 샘물

전라남도 영암(靈巖) 땅에 금강산에 비견될 만큼 아름다운 산이 있는데, 바로 월출산(月出山)이 그것이다. 이 월출산 자락에 (문헌을 통해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무려 2200년의 역사를 가진 오랜 마을이 있는데, 영암군 군서면의 동구림리와 서구림리에 걸쳐 700 여호에 이르는 전통가옥과 12개의 누각과 정자가 들어서 있는 구림(鳩林) 마을이 그곳이다. 일본에 한자와 유학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 국사가 바로 이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구림마을은 전통기와집과 오래된 정자와 서원 그리고 정겨운 흙담 등이 어우러져 있어 마을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근래 들어 구림마을이 갖는 이러한 매력에 빠져 이곳을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구림마을에는 이들 관광객을 위한 숙소(민박 한옥스테이)와 식당 및 카페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오늘은 이들 카페 중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한옥 카페 "월요(月曜)"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위치? 구림마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지도를 보여주어 봤자 의미도 없고, 주변에 이렇다 할 건물이 없으니 그 위치를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다만, 업체가 제공하는 이 지도가 "월요"를 찾아가는 데 유용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데, 결국 아래 지도상에서 파란색 점선을 따라가면 카페 월요에 이르게 된다. 즉, 구림마을의 메인도로인 구림로를 따라가다가 학암길 방향으로 좌회전, 그리고 다시 한번 (찻길이란 생각이 안 드는) 아주 좁은 길로 좌회전하면 카페 월요를 만나게 된다. 이 아주 작은 길가에 "월요"라는 안내판이 있기는 한데, 그 또한 아주 작으니 주의하기를...

카페 월요는 학암길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좁을 뿐, 그 좁은 길을 벗어나면 카페 손님들 모두가 한 대씩 차를 끌고 와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주차장을 갖고 있다.

주차장 한편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 음, 월요일에는 카페 월요가 쉰다.

카페 월요의 전경. 예전에는 전면 다섯 칸, 측면 3칸 정도의 규모였을 것 같은 한옥에 팔작지붕을 이고 있다.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길에 화장실이 별채로 만들어져 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들어갈 곳이 없다. 뭐, 64살 먹은 나를 Boy라고 대접해 준다면 즐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Girls와 Boy도 좀 이상하다. 자칫 소녀들은 단체로 입장해도 되고, 소년은 한 명씩 입장하라는 이야기로 보일 소지가 있으니 말이다.

입구 우측의 간판(?)인데, 심플하다.

카페 월요가 갖는 매력 중 하나는 넓은 정원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파라솔이나 나무로 그늘이 드리워진 옥외 테이블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무더운 날씨만 아니었다면 나 또한 당연히 정원 쪽으로 나아갔을 텐데,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이 8월 중순이다 보니 더워도 너무 무더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 정원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 도심 속 카페에서 만나는 삭막한 마천루의 숲이 아니라 - 월출산 봉우리들이 마치 병풍처럼 보는 이를 둘러싸고 있다.

이렇게...

정원을 벗어나기 전에 커다란 나무 뒤에서 카페의 전면을 담아 보았다.

카페 내부 모습인데, 보다시피 천장이 꽤 높다. 천장을 얼기설기 가로지른 나무들이 구불구불한 게 어찌 이리도 정답게만 느껴지는지. 한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풍경이 천장에서도 펼쳐진다.

인테리어 또한 위압적이지 않고 편안한데, 공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꾸며 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이곳은 약간 Kitsch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아... 이건 이 공간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무언가 장난스러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쪽은 예전에 개뼈다귀 전화라고 불렀던 전화기와 고급스러운 찻잔을 배경으로 앤틱스럽게 꾸며 놓았다.

카페 이곳저곳을 모두 괜찮게 꾸며 놓았지만, 카페 월요의 시그니쳐 격인 자리를 꼽자면 역시 단연 이 두 자리이다. 앞에서 보여줬던 정원이 한눈에 보일뿐만 아니라, 자리에 앉으면 월출산이 내게로 쏟아진다. 소리치며 달려와서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며 말이다. 오른쪽의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한 두 명의 여인이 보일 텐데, 내 집사람과 딸아이다. 그러니까 저 명당자리를 우리 가족이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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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저렴하다. 답답한 도심카페에선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우리 가족의 취향이 워낙 제각각이다 보니 우리 테이블 위에는 3종류의 음료가 자리했다. 카모마일 티, 백항과에이드, 그리고 로열밀크티. 아니 아메리카노였던가?

내 것만 따로 한 컷. 한여름에 냉방이 잘된 실내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만큼 별미는 없다. 멋들어진 경치가 눈에 들어오는 자리라면 더욱더.

카페 월요를 나서기 전. 입구 유리창 너머로 또 월출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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