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해도 차 한잔 나눌 여유 조차 없으면 되겠습니까?
유네스코가 우리나라의 전통사찰 7곳을 묶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는 사실은 아마도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7곳 중의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찰이 순천에 있는데, 조계산 자락에 숨어있는 선암사(仙巖寺)가 바로 그곳이다. 하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름을 올린 7개 사찰 탐방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암사를 찾았는데, 천년고찰 선암사로 오르는 길 도중에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머무르기에 딱 좋은 곳을 발견했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란 곳인데, 오늘은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위치? 지도를 보여줄 수 있기는 한데, 그냥 산속에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란 점 하나가 찍혀 있을 뿐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생략하기로 한다. 그저 선암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선암사를 향해 걷다가 (선암사 일주문 조금 앞에서) 길 오른쪽에 이런 이정표가 보이면, 그리로 들어서면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정표옆에 안내판이 있는데, 안내판을 보면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전통한옥이 여러 채 어우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30미터 거리에 있지만, 오르는 길이 워낙 가파러 꽤 힘들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안내판이 보이고,
안내판 속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한옥이 드디어 눈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솟을대문에, 팔작지붕 등등. 허긴 전통야생차를 마시기엔 역시 한옥이 제격이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서 차 한잔을 하기에 가장 멋들어진 공간을 꼽자면, 단연 이곳이다.
위 사진 속 자리에 앉아서 눈 아래로 한옥 지붕을 바라보다, 문득 눈을 들어 조계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신선놀음도 이만한 것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난 저곳에 앉지 않았다. 아니 앉지 못했다. 9월이건만 30도가 넘는 이상고온이 한낮 내내 지속된 데다가 송광사와 선암사를 뙤약볕 아래 걸었더니, 내 저질체력이 에어컨 바람을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에 말이다. 하여 이렇게 안쪽에 따로 마련된 방에 들어앉았는데....
그러다 보니 반쯤 열린 방문 너머로 바깥 경치를 바라보거나,
장지문 사이로 푸르름을 느껴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의 체험료는 1인당 3,000원으로 저렴하다. 일하시는 분께서 차를 마시는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가며 녹차를 서비스해 주시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데도 말이다.
다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는데, 체험비는 1인당 5,000원.
집사람과 딸아이가 만든 다식인데, 예쁘지만 솔직히 맛은 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