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염소

by 김용석

저희 텃밭에는 고양 발도르프 대안학교 아이들이 키우는 산양이 있습니다. 하얀색 털을 가진 아주 예쁜 산양입니다.


산양이 처음 밭에 온 날, 한참 산양을 쳐다보다 제가 처음 던진 말은 '얘 염소 아닌가요?'였습니다. 그때 산양지기 학부모님과 선생님이 '아니에요 얘 산양이랍니다. 이스라엘에서 온 아이예요. 프란다스 개에 나온 양이랍니다' 이렇게 말씀하셨고 저는 바로 꼬리내렸습니다...


일단 이스라엘에서 한방 크게 맞았고, 프란다스의 개 부분에서는 더 이상의 의심은 전 세계 아동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바로 '아 그렇군요. 역시 경북 봉화에서 봤던 염소와는 완전 다르군요!'라고 동의했습니다.


그 이후 친구, 친척들이 밭에 와서 '와~염소 이쁘다'라고 얘기하면 제가 바로 '무슨 소리! 이스라엘에서 온 산양이고 프란다스의 개도 안 봤어 쯧쯧 산양이야 산양!' 이렇게 정리를 해줬습니다.


작년 가을이었죠. 오랜 친구와 울진과 봉화를 잇는 소금길(요즘은 금강송길이라고 부르더군요)을 걷게 됐습니다. 소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금강송길을 걷다 우연히 울진 산양보호협회 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산양 생태에 대한 얘기를 듣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 저희 텃밭에도 산양이 산답니다.

전문가 : 오~정말요. 설마 산양이 밭에 믿어지지가 않네요.

나 : 사진 보여드릴게요(주섬주섬 사진을 꺼내 보여 드림)

전문가 : (사진을 보며 웃으며) 이 동물은 염소예요.

나 : 아니에요. 이스라엘에서 왔고요. 혹시 프란다스 개 아시죠? 산양이랍니다.

전문가 : (또 웃으시며) 아닙니다. 염소입니다. 산양은 소과라서 젖이 4개이고요, 염소는 염소과라 젖이 2개랍니다.


헉...다시 바로 깨갱했습니다. 이번엔 학교에서 배웠던 '종속과목강문계' 과학의 권위에 그대로 꼬랑지를 내렸죠.


여행에서 돌아와 이스라엘 산양이자 프란다스의 개 출연 산양을 한참 들여다 봤습니다. 아무리 봐도 젖이 두개입니다.


에잇! 이스라엘 염소같으니라구 ㅎㅎ

그 이후 산양의 정체성은 염소로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이스라엘 염소 오류'라고 부르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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