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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교훈

내 삶에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by 은빛지원



"누군가 우리 삶에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며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은 각각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선사한다고 믿습니다. 그 교훈을 얻으려면 아픔을 열기만 하면 되죠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제시카바움 >"



논어 필사를 시작으로 매일 아침 한 문장씩 필사를 해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필사를 하며 주어진 문장에 내 이야기를 덧붙이다 보면 또 하나의 글이 만들어진다. 오늘의 글 주제는 ‘귀중한 교훈’이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스치고 지나갔을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내 삶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교훈을 안겨주었다.

어릴 적 방학 때만 되면 도시에서 이웃집으로 내려오는 은주라는 예쁜 아이가 있었다. 얼굴도 하얗고 성격도 상냥했던 은주는 나와 동갑이었기에 곧 친구가 되었고, 우리는 잘 어울려 놀았다. 하지만 나는 늘 촌뜨기였고, 그런 은주가 부럽기만 했다.

방학이면 대학생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나왔다. 포크송을 가르쳐주고, 하모니카와 기타로 노래를 부르며 레크리에이션을 해주던 언니 오빠들.

어느 날 장난을 치다 말이 헛나왔다. "예쁘지도 않은 게 까불고 있어." 그 말은 누가 나에게 한 말이었을까? 아마도 예쁘지 않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누군가에게 들은 그 말이 가슴에 박혀 떠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예쁘지 않은 애는 나서지 말아야 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나 보다.

열두 살의 어린 나는 그 말에 상처받았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는 데 수년이 걸렸다. 실은 집에서도 늘 예쁜 언니만 주목받았다.

그때,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서강대학교 여학생 언니가 있었다. 눈이 동그랗고 순둥순둥했던 그 언니는 농촌 봉사대에서 나를 예뻐해주었다. 아마 그 언니는 본래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었겠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다정함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한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도 있다.

그 두 대학생은 내 삶에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

60년을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내 삶에 등장했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었고, 누군가는 위로를 주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한 적도 있었고, 나 같은 사람을 인정해준 선생님도 있었다. 모두가 내게 귀중한 교훈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교훈이었을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인정하고 되돌아봐야 한다. 나도 누군가를 미워했고, 시기했고, 상처를 주기도 했고, 알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속내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오해를 해명할 기회가 와도 피하고, 논쟁의 상황이 오면 조용히 물러선다.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겁쟁이다.

공자님 말씀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심지어 나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은퇴 후 노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는 지금, 나의 인연들도 달라졌다.

꿈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또 다른 교훈이 된다. 늦은 나이는 없다. 나이 들어도 주저하지 않고 배움과 실행을 멈추지 않는 이들은 분명 내 삶에 등장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가 오늘 아침 이 글을 낳게 했다. 이 또한 나의 귀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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