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삶 만들기
오늘의 필사
우렁차게 울었고 힘차게 패배했다. 힘내서 힘듦을 인정했다. 조금은
많아진 정신과 눈빛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찾아냈다. 그들을
찬찬하고 은근하게 밀어냈다. 심은 곳에서 도망칠 것. 유쾌하지 않은
것은 무시할 것, 나를 평안하게 만드는 것들로 내 일상을 구성할 것.
불행을 타파할 수 있는 행위에 힘을 쏟았다. 일련의 과정을 지나며
뭉근한 무기력은 은밀하게 자취를 감췄다
마침내 승리했다. 패배함으로써..
쑥에세이, <흐릿한 나를 건다는 법>
어느덧 예순네 살이 되었다. 60년이란 세월은 길게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한순간이었다. 빨리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삶이 더 버겁게 느껴졌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짊어져야 할 짐은 점점 더 많아졌고 그만큼 삶도 힘들어졌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또 삶을 배워가는 또 다른 과정으로 어른이 되었다.
나는 매일 필사를 한다. 문장을 따라 쓰고, 내 생각과 느낌을 덧붙인다. 어떤 날은 긴 문장이 주어지고, 또 어떤 날은 짧은 한 줄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다 보면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요즘은 특히 자기 성찰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의 필사 문장은 "열심히 노력했고, 또 패배를 인정하며 결국엔 승리했다."
나는 한참을 이 문장을 바라보았다. 노력했고, 패배했고, 승리했다. 이 짧은 문장 속에서 내 삶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패배가 승리라고?
나는 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끝장을 본다. 하지만 때때로 가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돌아선다. 후회도, 집착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의미 없이 흘려보낸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전사처럼 치열하게 싸운 날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승자일까, 패자일까?
아직 나는 내 삶에서 승자도, 패자도 아니다. 인생은 단 한 번의 승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까. 슬픔과 좌절을 경험하고, 그것마저 열정적으로 겪어내는 것이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때론 힘들어 눈물을 짜내어 보기도 했고, 때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자가 되어 버티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나아갔고,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승리의 시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