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는 삶
오늘의 필사
태연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깨달은 듯해도 사람의 두발은 여전히 지면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했다.
시어머니는 술을 드시면 시아버지와 다투기 일쑤였다.
낮부터 시작된 술주정은 밤이 깊어져도 끝나지 않았다.
울고불고하는 소리, 쿵쿵 울리는 바닥과 벽.
그 사이에서 묵묵히 있는 시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달래는 남편.
그런 상황을 그대로 방관하는 이 집 남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이라고 무조건 엄마를 감싸야하는 걸까?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반복됐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내가 이 집에 있는 자체가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시어머니는 그 나름의 아픔을 술로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이해를 하고 싶지도 않고 술 깬 다음 아무렇지 않은 그런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어느 날부터 아랫집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차 한 잔을 권했다.
"힘들지? 다 들려. 많이 놀랐겠다."
아랫집에도 피해를 주고 있었을 텐데, 그분은 불편함을 내색하기보다 오히려 내 마음을 헤아려 주셨다.
그 집은 낮이지만 조명도 예쁘고 집안 분위기가 밝고 환했다. 조용한 공간, 정갈한 향기, 예쁜 언니의 편안함.
나보다 세 살 많은 언니 같은 존재였고, 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나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내 또래 한 사람을 불렀다.
털털하고 말도 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나와는 결이 다르다 생각했는데 맞다.
그쪽에서는 내가 말이 없도 답답하다고 싫다고 했다고 ^^
나는 불안한 집에 살다 보니 타인에게 입을 잘 열지 않았었다. 그 의 눈에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답답한 사람으로 보였을지 이해가 간다.
그 평온한 공간이 부러웠다.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이 부러웠고 나는 뭐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다 나보다 잘 사는 거 같았다.
"저 사람은 돈이 많아서 걱정이 없겠지."
"예쁘고 시부모랑 안 사니 자유롭겠지."
"친정이 부자라서 좋겠지."
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알게 됐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야"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누구나 자기만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비교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도.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들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나약했지만, 때로는 강해지며 그렇게 익어가고 있다.
돌아보면 지나간 시절의 모든 일들이 내 삶을 빚어낸 과정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버티고, 배우고, 성장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깨달아 가는 거 같지만 , 그러면서" 아니야 내 무게가 더 커 내가 더 힘들었어 "
다시 또 되돌이 표가 되기도 한다.
"깨달은 듯해도 사람의 두 발은 여전히 지면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의 필사글이 콕 찌른다.
그렇다. 아무리 많은 걸 겪고 배워도, 우리는 여전히 현실을 딛고 살아가야 한다.
다만, 이제는 좀 더 단단한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