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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처럼 살고 싶다

혼자 떠나는 여행

by 은빛지원


장자크루소, <에밀>

도착하길 바란다면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여행을 하고 싶다면

걸어서 가야 한다


나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출발선에 서자마자 앞만 보고 달렸다. 도착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걷다 보니 서서히 힘이 빠졌다.

내가 향하는 곳이 정말 내가 원하는 곳일까? 숨이차서 느린 걸음으로 달려보니, 도착지는 처음 생각했던 곳과 다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옆을 돌아보지도,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다.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바쁘게만 살아왔지만 후회는 없다. 어쩌면 저 깊은 내면에는 , 서글픔이 있을 듯하여 꺼내어 보지 못하겠다.


오늘의 글처럼 나도 이제 여행을 하듯 살고 싶다.

복잡한 도심과 인파로 붐비는 여행지가 아니라,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하지만 늘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아직 용기가 나지 않지만, 올해는 조금씩 시작해보려 한다.

작년 여수 여행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나는 일이 있어 전날 혼자 먼저 출발했다. 기차 안에서 보내는 네 시간 동안, 창밖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책 한 권을 펼쳐 읽을 수 있는 여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 그 순간이 참 좋았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 서서히 혼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해볼까 한다.

잔잔한 파도가 치는 모래길을 혼자 걸어보고 싶다. 온갖 들꽃들이 피어난 둘레길도 걸어보고 남의 시선일랑 신경 쓸 필요 없는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때로는 혼자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착지만을 향해 달리는 삶이 아니라, 여행하듯 걸어가는 삶.

이제는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바라보며 걸어볼 생각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

오늘 필사한 글처럼, 나도 이제 천천히 걸으며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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