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이 글이 되는 순간
오늘의 필사 알베르까뮈 <시지프 신화>
나는 이 사람이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 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 (중략) 시지프의 소리
없는 기쁨은 송두리째 여기에 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는 그의 것이다.
오늘부터 이어지는 필사 글은 철학적인 문장들이다. 백일 간의 여정 중, 오늘은 81일째 날.
한 문장, 한 단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 또한 나의 글쓰기에 피해 갈 수 없는 과정임을 안다.
어렵고 무거운 문장일수록, 내 생각도 더 깊어진다. 오늘 필사한 문장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중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는 그의 것이다.”
시지프는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카뮈는 말한다. 시지프는 바위보다 강하다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의식’하는 순간, 이미 그것을 초월한다고.
오늘도 나는 문장 하나에 나를 연결해 본다. 어제 나는 동탄으로 향하는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에 종종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말로 글을 쓴다. 혼자 차를 몰며 혼잣말을 시작했다.
하늘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예전에 함께 밥을 먹었던 친구를 떠올리고,
동생의 집 근처를 지날 땐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비게이션의 목소리 사이로 내 마음의 소리도 흘러나왔다.
정리된 글도 아니고, 중간중간 끊기기도 했지만 그렇게 흘러나온 말들이 하나하나 문장이 되어
자연스럽게 글이 되었다. 말로 쓰는 것도 글쓰기라는 것을. 입으로 쓰는 글도 나의 기록이고, 감정이며, 표현이 된다는 것을. 차 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던 문장들이 생각보다 생생하고 솔직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 사람들의 표정, 오래된 추억과 앞으로의 꿈까지~
그 모든 것이 ‘입으로 쓴 글’이 되어 메모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글은 꼭 조용한 책상 앞에서만 쓰는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길 위에서도 쓰고 있었다. 혼잣말로, 때로는 노래처럼. 그렇게 어제의 드라이브는 내게 또 하나의 재미있는 새로운 글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오늘의 필사는 나에게 다시 묻는다. “너의 바위는 무엇이냐?”
나는 대답한다. 나의 바위는, 나의 말이다. 그리고 그 말로 나는 매일 나를 다시 굴려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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