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 버리지 않기 위해 쓰는 법
『안마템스 심보파이 이야기』 중에서
“우리는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싸우고, 빼앗기며, 성공의 불확실성도 받아들인다.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그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놓아버리지 않는 것은 타고난 것이다.
그것은 생에 대한 하기로 뭉쳐진 아득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침 필사 시간,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무언가 단단하고 울컥하는 문장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의미는 알겠는데, 감정이 따라오지 않았다. 글을 시작도 못했다.
이럴 땐, 문장이 나를 기다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던 오늘, 나는 성북동으로 향했다.
길상사, 최순우 옛집, 수연삼방, 그리고 심우장까지.
5인의 문인을 따라 걷는 ‘문학 순례길’에서
우리는 말하고, 웃고, 조용히 머무르며 마음을 나누었다.
비에 젖은 담벼락과 고요한 정원,
낡은 기와와 나무 아래로 흐르던 문장들.
그곳은 마치 책 속 한 장면 같았다.
눈으로 읽지 않아도, 몸으로 읽히는 문학이 거기 있었다.
그런 하루를 보냈음에도, 밤이 되니 다시 글이 막혔다.
나는 안다. 글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새벽을 놓치면 집중은 멀어진다.
오늘은 그 타이밍을 놓쳤다.
마음은 피곤하고, 문장은 멀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1일 1 글. 그것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오늘 하루를 살아낸 내 마음을 남기는 일.
그것이 나에게는 ‘놓아버리지 않는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군가 칭찬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오늘도 나와 약속한 한 줄을 지켜본다.
싸우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일.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그 ‘아득함’ 속에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조용히 글을 쓰고
잠을 청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