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스푸트니크 위성과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세계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을 당시, 사람들은 앞다투어 20세기말이 되면 우리가 화성과 명왕성에 건설한 우주식민지에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런 예측 중에서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편 인터넷의 존재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종종 미래를 너무 멀리 상상한다. 화성에 집을 짓는 꿈은 누구나 꿨지만, 정작 오늘 우리의 삶을 바꾼 ‘인터넷’을 예측한 이는 없었다. 예상은 빗나갔지만, 현실은 상상보다 더 놀라웠다.
어릴 적, 남진의 ‘님과 함께’를 자주 들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 노랫말처럼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조용한 들판 위 아담한 집,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평온한 하루. 그건 단순한 꿈이었지만, 내게는 살아갈 힘이 되었다.
그 시절 여성에게 주어진 삶의 틀은 분명했다.
살림 잘하고, 아이 잘 키우고,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는 것. 나도 그랬다. 요리를 좋아했지만 요리사가 되려는 꿈은 꾸지 않았다. 집에서 살림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그때는 꿈이란 이루지 못하는 것이기에 ‘꿈’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현실에 맞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그 이상은 내 몫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래서 꿈이 아닌, 그저 막연한 상상만 하며 지냈던 것 같다. 꿈이 없던 시절엔… 나 자신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비로소 ‘꿈’이 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컴퓨터가 세상에 보급되기 시작하고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컴퓨터를 통해 호기심 많은 나는 세상을 배워 나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눌러보며 낯선 세계에 빠져들었다.
몇 번이고 고장이 났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컸고, 배움의 기쁨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디지털과 친구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까워지려 애쓴다.
요즘은 AI 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무언가 익힐 만하면 세상은 또 저만치 앞서간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천천히 따라가고, 자꾸 눌러보고, 다시 익혀본다. 그런 나날들이 나를 세상 밖으로 더 나아가 만든다.
나는 지금도 AI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연습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꿈을 꾸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 그것을 이루든, 실패하든 ,그 모든 과정이 내게는 소중하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멈추지 않는 마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단 하나의 힘.
꿈꾸는 마음, 멈추지 않는 나이.
그것이 바로 나의 오늘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꿈꾼다.
AI와 친구가 되려 애쓰는 나,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나.
꿈꾸는 마음, 멈추지 않는 나이. 그것이 바로, 나의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