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모든 인간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 열등감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고, 중요한 것은 이를 건설적이고 유익한 방향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개인심리학 강의』
100일간의 필사를 시작한 지 어느새 98일째. 매일 아침 글을 옮겨 쓰고, 두 달 전부터는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하루가 이제 단 이틀만을 남겨두었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이제는 종이책 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 아들러의 문장은 내 안의 열등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열등감’이라는 말은 늘 부정적인 감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쩌면 열등감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에너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열등감은 대부분 비교에서 시작된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더 예쁜 사람, 더 인정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작게 느끼는 순간, 자존감은 금세 흔들린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두운 굴처럼 나를 깊이 가둔다. 나 역시 그랬다. 어릴 적부터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아이’,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성적’이라는 틀 속에서 지내며 칭찬보다 지적이 익숙한 환경에 길들여졌다. 그렇게 내 안엔 열등감이 깊이 뿌리내렸다.
반찬가게를 열고 ‘사장님’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열등감은 여전히 따라붙었다. 스스로를 작게 여기며 “나는 잘하고 있어" 당당하게 마음으로 외쳐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끔 자존감을 잃고 다시 움츠러들곤 했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느 사진관에서 시니어들의 우정 사진 콘셉트로 촬영하여 자체 광고를 한다며,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는 제안이었다. 누군가 나를 추천했다며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유명한 시니어 모델 분들도 함께한다고 했다. 순간,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겁이 났다. 그래서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나 어떡해... 사진 찍어야 하는데 너무 떨려.”
그랬더니 친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런 사람 눈에는 네가 더 대단한 사람으로 보일 거야.” 그 친구는 언제나 내게 용기를 준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 친구의 그 말 한마디가 내 안에 있던 불안을 가라앉히고,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주었다. 누군가의 응원,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비교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일이라는 것도.
오늘 아들러의 문장은 내 마음에 이렇게 말을 건넨다.
“그래, 너는 열등감을 딛고 성장할 수 있어. 부끄러워 말고, 너를 작게 보지 마.”
이제는 나도 내 안의 열등감을 발판 삼아, 나를 더 단단하게 성장시켜보려 한다.
아주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예전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오늘의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다.
열등감, 그것은 분명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