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수국 그림으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
한여름 늦더위가 물러가려나 보다. 올핸 유난히 더웠다. 작년에 비해 한낮 기온이 무려 37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남쪽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 지역은 여름은 무척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이 계절을 잘 버티려면 뭔가 취미생활을 하든지 아니면 직업적으로 무언가에 매진하며 더위를 식혀야 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난 영어를 남편은 직장에서 아이들을. 그렇게 남을 가르치는 일은 늘 무언가를 먼저 배우고 익힌 후 가능한 일이다.
한창 꽃이 만발했던 봄에 비하면 여름엔 꽃을 볼 기회가 적다. 꽃이 좋아 우린 봄부터 꽃을 찾아 정원으로 해변으로 수도 없는 발걸음을 했다. 그렇게 꽃이 지고 난 후 여름이 오니 마음이 무척 허전했다. 왜냐면 우리 부부 둘 다 꽃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로 그나마 여름에도 꽃을 피우는 꽃이 있어 그 꽃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그 꽃은 바로 수국이다. 수국은 뭔가 꽃송이가 무척 탐지게 생겼다. 꽃말도 다양하다. 분홍은 진실한 사랑이다. 이 중 가장 확실한 꽃말은 변치 않은 사랑이다.
이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사랑을 지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다른 꽃말은 용기와 사랑스러움이다. 거기다가 풍부한 사랑, 모성애도 있다. 그러고 보니 풍성한 꽃밥들이 마치 어머니의 풍성한 젖가슴같이 보이기도 한다.
어디 이뿐인가? 수국은 슬픔과 기다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국은 꽃이 필 때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하지만, 꽃이 지고 꽃잎이 누렇게 변하여 마른 모습을 보면 무척 슬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서히 고운 자태를 감추니 내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수국은 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수국은 꽃차례가 둥글고 지름은 10~15cm 정도다. 꽃잎은 주로 4~5장이다. 대부분 수국 꽃잎은 주로 넉 장이다. 가끔 꽃잎이 6장짜리도 더러 있긴 했다.
이런 수국을 우리 부부는 올여름 내내 그려 보았다. 먼저 그림을 시작한 사람은 나다. 그 뒤를 이어 남편이 나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난, 유튜브를 보고 수국 그리는 법을 스스로 익혔다.
첨엔 꽃에 음양을 주어 꽃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여 약 열 번 정도 그림을 그리니 자연스럽게 꽃이 구의 형태가 되어 입체감이 형성되었다.
하얀 종이 위에 분홍색, 보라색, 남색 등의 꽃들을 그리니 거실이 어느새 수국 동산이 되어갔다. 그린 그림을 카톡에 올려놓았더니 울 딸이 하는 말이
“엄빠, 둘 다 수국에 꽂혔네. ㅋㅋㅋ”
하였다.
잘 된 수국 그림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수국 그리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래서 망설인 끝에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쳐 보았다.
생각 외로 아이들은 한 번의 지도로 수국꽃을 잘 완성했다. 이 더위에 더위를 쫓기 위해 꽃도 그리고 꽃 그림을 지도해 보니 수국꽃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우리 부부는 이 수국으로 수국 부채까지 만들게 되었다.
남편은 다음 날, 이 부채를 들고 학교엘 갔다. 그랬더니 여선생님들이 서로 탐을 내더라는 것이다.
“어머나, 이거 누가 그렸어요?”
그림 솜씨가 좋다며 서로 부채를 달라는 것이었다. 작은 손부채에 수국꽃 세 송이를 색깔별로 그려 넣었더니 명품 부채로 탈바꿈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내가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서 그림을 틈나는 대로 그렸더니 그 실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는 듯했다.
난, 여름 내내 약 20개의 수국을 그렸고 남편도 그랬다. 남편은 꽃 그림 아래에 캘리를 입혔고 난 남편의 캘리를 보며 늘 수국처럼 웃으면 살고 있다.
남편이 주로 좋아하는 문구는 주로 이렇다.
‘그대 삶 속에 꽃바람 불어오길’, ‘생길 거예요 좋은 일’, ‘말은 꽃다발을 건네듯 선물이어야 한다. ’등이다.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며 이렇게 우리의 무더운 여름이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다. 내년엔 또 어떤 꽃 그림을 그려볼까? 꽃을 그리면 마음이 꽃처럼 둥글둥글해져 좋다. 연분홍 화등, 남색 화등, 보라 화등이 환하게 핀 우리 집 거실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수국을 한 번도 키워 본 적은 없지만, 다음에 텃밭에 심을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키워 보고 싶다. 직접 기르면 아마 더 애정이 가지 않을까 싶다. 연둣빛에서 새하얀 빛으로 번져가는 수국이 피는 계절에 소년, 소녀처럼 멋진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이게 바로 수국의 꽃말처럼 사랑스러움이 아니고 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