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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원 봄의 교향악 소리

튤립과 징검다리

by 메리골드

정원만 튤립 매년 4월이면 국가정원을 다녀온다.

늘 똑같은 모습인데 질리지 않고 우린 튤립을 마주한다.


정- 정다운 튤립

원- 원 없이 보고 다정한 세 친구

만- 만보기 차고 걸으니

튤- 튤립 환희와 영광의 향이

립- 입가에 빙그르르


지인과 오후에 제라늄, 사랑초 나눔 하고 생강, 부추 받아 오이소박이 무쳐 먹고 커피 한잔에 칠 개 빵 한 조각 씹으며 정원을 거닐었네.



힐링의 숲길 지나 귀염뽀짝 상큼 발랄한 조형물 바라보고 아이처럼 재잘거렸다.

온실정원 가서 알쏭달쏭 모과보다 파파야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내 그리운 고향 꽃 이화를 보니 배꽃이 탱자울타리 향보다 더 곱더라

만개한 튤립 정원 많은 인파 속 걸으니

굽은 허리에 눈 어지럽게 불붙은 저 튤립들이

정원에 불을 붙여 환한 대낮 태양보다 더 붉더라


인간이 꽃인 줄 알았더니 튤립이 봄동산에 불처럼 번져 누가 더 붉나 누가 더 환한가 서로 다투듯 와서

보고 가라 발걸음 멈추게 하더라


그렇게 그런 날 발걸음 멈춘 그날 이 꽃이 우리 발걸음을 붙잡고 말을 걸었네.


나도 튤립이에요.



개량종 털끝 내민 노랑 잎이 마치 습자지 모양의

옷을 입고 우릴 보고 반기더라


돌단풍 아기손 같은 작은 꽃 야생 튤립 사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


찰찰찰 개울물 소리에

한때 우리도 저렇게 찬란한 때 있었다며

그런 한 때 우리도 초원의 영광으로

빛의 속삭임으로 서 있었던 때가 있었다며


국가정원 징검다리 건너며 지금은 사라진 그 영광의 시대를 노래하며 우리 셋 사진기에 잠깐의 추억을 담아 여기 남기노라


작년에 튤립이 한창이었을 적에 튤립 구근을 베란다에 심었다.

작은 미니 화분에 콩심듯 콕콕 심어놓았더니 꽃대가올라왔다.

내가 심은 건 거의 빨강 튤립

직접 길로 보니 꽃 보는 재미가 있고 물 주고 순도 잘라 보고 튤립 구근도 말려 보고 말린 후 베란다 그늘에 말려 보관도 해 보았다.


아파트에서 식물 재배를 약 30년 가까이했는데 튤립처럼 화려한 꽃은 첨이었다.


색이 고와한 동안 튤립 그림을 자주 그렸다.

튤립은 가정에서 직접 재배도 쉬워 꽃 피면 화병에 꽂아 식탁에 장식도 하고 키워 보면 여러모로 기분 좋은 일이 많아 힐링되는 화초다.


그날 둘 중 한 명은 시아버지 상을 나머지 한 명은 외가댁 친모의 친척상을 당했다. 봄날 하루 차이로 그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생 살이 고단한 삶 내려놓고 가셨단다.


봄은 이중성이 있다.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져서 아예 다신 못 볼 곳으로 가는 생도 있다. 그래서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이름 지었다.


혹 누군가는 4월의 꽃을 보고 쿠데타라 이름 불렀다. 잔인성, 순수, 우수, 죽음, 변질, 고독, 알코올 중독, 어깨 통증, 편마비, 치매까지 모든 인간의 정서를 다 껴안은 그 장소에 우린 그날 봄의 짧은 수선화의 지는 모습을 보며 먼저 간 고인 인생의 속절없음을 간간히 읊조렸다.


6월 2일 순천만 국가정원의 아침은 풀베는 애초기 소리와 은은한 노래소리, 웅웅, 짹짹거리는 새소리 등 갖가지 소음이 정원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다. 정원지기들은 도시락을 싸와 풀을 베고 장미를 가꾸었다.



주차장엔 쓰레기 줍는 실버 어르신들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의 정원은 스스로 열매를 맺지만 그 밑에선 보이지 않는 손길이 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