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씨앗과 수국
해바라기 씨앗을 얻은 날
우연히 해바라기 씨앗을 얻었다. 나는 꽃씨 약국에서 받은 씨앗을 아파트 근처 임대 텃밭에 심어 보았다. 텃밭엔 가지와 고추, 상추 등 작은 모종도 함께 심었다. 처음 해 본 텃밭 일은 무척 보람되고 감사한 일이었다. 모종을 심은 후 고추와 가지가 자라자 묘한 쾌감이 들었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은 해바라기가 내 키보다 더 크게 해를 향해 우뚝 서서 자란 일이었다.
해바라기를 보자 난 그림을 그려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림을 그려 모 방송국에 올렸더니 놀랍게도 상을 받게 되었다. 그 뒤 난 해마다 해바라기를 가꾸고 심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고 나니 사람들이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 자꾸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루에 한 장씩 그리다 보니 어느새 많은 그림이 모아졌다. 그 뒤로 수국도 그려 보았다. 수국도 역시 전시회 나가 상을 받았다. 난 어려서 그림 그리는 걸 무척 좋아했다.
“수국과 해바라기에 푹 빠진 나”
남편은 내가 그림을 그리면 그 옆에 캘리그래피로 글씨를 써넣었다. 남편을 글을 쓰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우린 이렇게 해마다 꽃 그림을 그려 이웃, 친지, 지인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난 여러 꽃 중에 해바라기꽃을 좋아한다. 왜냐면 고호의 해바라기를 보면 무언가 따스한 맘이 느껴져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림 그리는 날이면 해바라기의 노란색이 금세 사라지고 만다. 다른 물감보다 노란색 물감이 많이 들어가는 해바라기는 늘 물감의 끄트머리가 잘록해져 버린다. 마치 내 가는 허리처럼 말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해바라기를 자주 그려 주는 이유는 꽃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해바라기가 부의 상징이란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해바라기만 그려서 부자 될 것 같으면 맨날 해바라기만 그리겠다고.
이러든지 저러든지 해바라기는 다른 꽃에 비해 그리기가 편하다. 첨엔 꽃 그림 그리는 것이 두려웠는데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인지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처음엔 그림 한 장 그리는데 약 4일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그림의 구도만 잡으면 금방 색을 입혀서 그런지 색을 고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해바라기에 비해 수국은 손이 많이 가는 그림이다. 내가 수국을 첨 그려 본 날이 기억난다. 식물 책을 만들다 우연히 수국꽃을 무한정 많이 찍은 날이었다. 꽃을 좋아하다 식물도감을 만들고 나니 수국이 그리 예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인근에 있는 웹툰 센터에 가서 어반 스케치를 배우러 갔다.
사물을 간단하게 그리는 이 그림대회에서 난 무려 약 150명 중에 한 명 받는다는 어반스케치 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그 후 나의 수국 펜 드로잉과 수채화 그림은 약 한 달간 전시회를 했다. 물론 상금도 받았다.
그날 어반스케치를 한 사람들은 그림에 열정이 넘쳤다. 학생들을 비롯하여 어른들까지 늦은 시간까지 그림을 그리는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조각을 전공한 화가분은 그림 지도에 열정이 넘쳤다. 인근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그날 저녁 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곳에서 이곳까지 와서 강의를 해 주셨다.
얼마나 고맙던지~ 전에 동양화를 전공하신 분도 역시나 한 시간이 넘은 거리를 와서 강의를 해 주셨다.
그림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날 참석한 아이들은 너나 나나 그림에 소질이 넘쳤다.
난 그날 유독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을 보았다. 그 아이는 펜 하나로 사물의 음양을 잘 묘사했다. 어쩌면 그리 침착하고 차분한지 공부고 꽤 열심인 눈치였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이란 바로 저런 학생들의 열정일 곳이다. 무엇이나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난 너는 어떤 씨앗이니? 란 책을 좋아한다. 이 동화는 최숙희 작가님의 글이다. 작가님은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다. 무척 그림이 다정하고 아름답다.
씨앗이 씨앗이
바람에 흩날리던 씨앗이
거친 들에 뿌리내려
민들레로 피었네.
씨앗이 씨앗이 쪼글쪼글 못생긴 씨앗이
온 마을에 향기 가득
수수꽃다리로 피었네
여기서 수수꽃다리는 라일락을 말한다. 어제 동네 산책을 하다 이 꽃의 냄새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정말 향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이 동화책에서 보니 너무 행복했다. 모란꽃 씨앗을 본 적이 있는가?
이제 막 씨앗을 터트리려는 모란의 자태다. 얼마나 귀여운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이 씨앗책에 모란 씨앗이 나와 웃음이 터졌다.
그림에서 씨앗을 이렇게 잘 표현해 놓아 관찰력이 대단함을 느꼈다. 매번 그림을 그리지만 이런 묘사는 매우 아기자기하다. 아이가 씨앗을 보는 모습이 마치 자라는 아이같이 보아 공감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