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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우리가 간직할 장소는 어디일까?

by 메리골드

김호연 작가는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여 작품을 펼쳤다. 장편 소설로는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파우스터] [불편한 편의점]과 산문집으로는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가지 씁니다] 등이 있다.

어렸을 적 몇 번 읽어 보았을 돈키호테라는 글이 이렇게 멋지게 소설로 나오게 되다니 무척 놀라웠다. 서울이 세비야이면 부산은 바르셀로나인가? 우리 글자로 이렇게 첫 소절을 따서 목포는 말라가라고 부르는 글이 시작된다.

목포와 말라가는 모두 예술의 도시로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장소다. 그렇다면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일까? 예술에 대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단순한 사건에 대한 기록을 알리고 싶어서 인가?

여기에 등장하는 돈 아저씨는 과연 누구인가? 왜 그 사람이 한국 도시와 스페인 도시를 비교하며 어떤 아이에게 설명하려 애쓰는가? 영화를 좋아하는 솔이가 등장한다.

지금부터 솔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2018년 회사를 때려치우고 엄마 집에 내려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무료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서른 살 인생 동안 이만한 쉼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그 시간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란다.



서른에 마침표를 찍는다. 너무 이른 나이다. 고향인 대전은 노잼이란다. 둔산에 가 영화를 보고 유성에 가 온천을 했다. 유성이라는 단어 참 오랜만에 들어 본다. 대전은 엄마의 집. 어린 시절의 추억의 집이란다.

솔이는 언니가 있다. 언니는 미국으로 떠나고 그 방에 자신의 기억을 남긴다. 쉬는 동안 솔이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한다. 남은 인생. 무얼 할까? 남은 인생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려고 찾아 나서야 할 인생이 맞지 않을까?

이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서른은 남은 인생이 아니라 도전할 나이다. 그간의 방송 피디 경력으로 무얼 할 것인가? 엄마는 공무원 준비하란다. 아니면 시집가든가.

솔이는 돈을 벌어 온갖 종류의 소고기를 먹고 싶단다. 그리고 떠오른 건 아빠의 인생 인생 2막이란다. 아빠는 1998년 IMF에 들어선 세대다. 평생 은행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그런 아빠는 소갈비 프랜차이즈 점주가 되었다.

서울을 떠나 대전 선화동에 정착한 솔이네 가족. 이게 바로 모험의 시작이다. 그리고 치킨집을 하게 된 아빠. 그런 아빠를 보다 유튜브를 통해 먹방의 재미를 느낀 솔이.



172센티미터의 키에 길쭉한 팔다리를 한 아이. 그런 아이가 먹방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인식한다. 솔이는 15년 전 자신이 대학을 졸업했던 시기로 돌아간다. 경영학을 전공했던 솔이는 워킹 홀리데이 하나번 못 간 그녀가 남들 다가는 ‘노매드 웬터웍스’라는 곳을 발견한다.

노매드 엔터웍스는 여행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 회사다. 노매드의 일원으로 잦은 출장과 여행에 특화된 분을 찾습니다.라는 카피에 이끌린 솔이. 그것이 전국을 누비가 했다. 첫 프로그램은 [그 섬들에 가고 싶다]라는 것. 서해, 남해, 동해, 제주 등.

다음 건은 중견 트로트 가수를 앞세워 지역 축제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었다. 섬과 섬을 떠도는 것보다 나았지만 힘들긴 여전했다.

그 끔찍함은 바로 이런 것들. 잠적하는 호스트. 제멋대로 게스트. 말 바꾸는 축제 관계자들. 이 모든 걸 버티게 한 건 그저 월급. 월세와 공과금, 학자금 대출 상황의 힘이었다.



그리고 기획안을 다시 이렇게 작성됐다. 여기까지 읽으니 모 작가님이 생각난다. 자신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매일 기자처럼 글을 써 잡지형태로 글을 올려 사람들에게 전달했단다. 그 후 그는 그 기사를 일정한 값을 받고 팔았단다. 그렇게 대출금을 갚고 난 후 여전히 글을 쓰면서 지금도 매일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낸다고 한다. 헝그리 정신 가득한 B급 연예인들을 섭외해 매주 새로운 도시에 투입하고 은밀한 공간에 숨긴 단서를 통해 그 도시의 매력을 탐험하라는 지시.

도시 탐험대라는 기획서를 약 5년간 작성한 솔이. 기획은 솔이가 하고 실속은 대표가 챙기는 세상. 그녀의 공로는 그저 잘리지 않는 까임 방지권에 불과한 일이라니.

그녀가 그렇게 산 그녀가 선화동 갈색 벽돌 3층 건물을 무심하게 걸었다. 그 건물 1층은 비디오 가게가 커피숍으로 변장했다. 아저씨가 배달하는 동안 그 가게를 지키던 솔이.

그 나이가 중2. 그녀가 그 시절 대전에서 그 비디오 가게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단다. 대전의 성심당 빵 도전, 칼국수 맛집, 탸슈 타고 가보기. 따릉이 이름이 ‘타슈’. 대전에서 시작하는 기차 여행.

유튜브도 연예인 못지않은 끼가 있어야 뜬다고 하니. 하이 톤의 맑은 목소리의 소유자를 찾는 솔이. 그 아이가 바로 한빈.

그리고 아이들을 섭외하는 솔이. 대준이 형, 성민이 형, 새롬이 까지 등장.

한빈을 만나는 솔이는 돈 아저씨의 행방이 궁금했다. 한빈은 돈 아저씨의 아들. 그런 돈 아저씨는 여전히 대전 지하실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란다.

그런 일을 궁금해하는 솔이는 일명 산초 누나로 통한다. 솔이가 다시 방문한 그 공간은 비디오 가게라기보다 소설과 만화로 가득한 공간. 비디오는 그저 진열장에 있을 뿐.

그 공간엔 돈 아저씨는 없었다. 그러면 그는 어디에 있을까?

[언플러그드 보이] [아침형 인간] [가시고기] [그놈은 멋있었다.] 등등을 읽었던 그 돈아저씨는?

그곳을 빠져나와 두부 두루치기의 맛을 보는 솔이. 그곳에서 로시난테 할아버지 자전거 포가 아닌 철물점을 하시던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건물주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건물을 물려받게 된 손자가 돈 아저씨와 연락이 끊기자 한빈을 찾아와 짐을 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계약서가 있었다. 한빈은 새 건물주에게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지하에서 나가게 하려면 계약 해지 보상금을 내놓아야 나갈 수 있단다.

무상의 영구 임대 계약서를 써준 그 할머니. 그리고 라만차 클럽이 나오는데 그 클럽은 돈키호테 비디오 내 사조직. 성민이 중3으로 리더였고 대준이 중2. 한빈과 새롬은 중1.

아이들이 못하는 일이 없었네. 돈 아저씨라는 사람은 늘 가게 카운터로 쓰이던 연갈색 나무 책상에 앉아 매일 두꺼운 책의 내용을 필사했단다. 그게 다 돈키호테의 정신을 배우기 위함이란다.

그렇게 솔이는 돈키호테를 대표하는 돈 아저씨의 내용을 비디오로 담고자 유튜브를 만들어 자신이 기획하고 직접 편집하는 일을 하는데~.

돈키호테 1권과 2권을 펼치는 솔이. 그 필사를 마친 돈 아저씨. 그렇다면 그 아저씨는 이 흔적들을 남기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 출시. 돈키호테를 보좌하는 산초인 솔이가 21세기 유튜브에 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으니. 새로운 비디오 가게가 아닌 비디오 채널의 주인이 된 솔이.

엔칸타다. 안녕하십니까? 이 말을 들으니 영어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이라는 스페인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찐 산초가 돈아저씨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해서 인류의 고전이자 우리가 간직해야 할 여러 기록들을 이 책에 남기고 있다.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이자 문학사를 대표하는 걸작을 가지고 다시 리메이크한 이 소설은 문명이 얼마나 빠르게 진보했는지를 들여 보게 했다.


또한 이 글을 통해 [아이키키 브라더스]와 [은교]라는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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