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2024. 봄. 아이들이 성장 후 내 곁을 떠나자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 나선 곳이 그림책 감정코칭 수업. 강의실은 인근 도서관 3층. 그곳엔 생태 관련 도서를 비롯해 교양, 그림책, 신간 소설 등 다양한 책들이 많았다.
강의 첫날
그림책 감정코칭은 말 그대로 그림책은 아이와 같이 읽고 내 기분이 어떤지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 건지 , 나와 상대편의 감정을 비교해 가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수업이었다. 1강은 마음이 머무는 페이지, 스토리로 마음 알기 등의 수업이었다.
그림책 감정놀이는 어린이가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7가지 감정을 말한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해야 내면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란단다.
감정의 종류
기쁨과 감사- 나만의 소확행
슬픔과 공감- 최고의 관계건축가 만들기
두려움과 용기- 용기성장프로젝트
분노와 이해- 내 안의 괴물 찾기
감동과 긍정- 나의 긍정학교 만들기
그날 난 처음으로 이 수업을 들으면서 [마음이 흐린 날에는 그림책을 펴세요]-[야나기다 구니오] 작가의 그림에서 인간의 따스함, 훌륭함, 잔인함,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등의 내용을 느꼈다. 구니오는 그림책이란 아이였을 때, 아이를 기를 때, 노인이 되었을 때 읽으라고 말했다.
이 동화는 여섯 살 아이가 자신의 동생이 죽은 것을 감정으로 표현한 동화다. 난 요즘 동화책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면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초 그림 동화를 출간을 했다. 그리고 그 책을 출간하면서 어깨 통증이 심해서 왼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고통을 겪었다.
사는 것은 늘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봄부터 작업한 그림책은 가을이 되어서 책으로 나왔다. 그 그림책을 난 가까운 지역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약 일주일. 내 옆 부스엔 수필, 소설도 함께 있었다.
그림책의 매력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 주는 수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그린 그 그림 동화가 그날 이틀 만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난 당황스러웠다. 내 옆 수필, 시집, 소설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그래서 난 전시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가 이런 말을 했다.
" 감사한 일입니다. 책이 인기가 있어서 그래요. 그냥 놔둬도 관심 없으면 쳐다도 안 봐요."
그 말에 다소 위안이 되긴 했다. 그렇게 전시회는 마무리가 되었다. 난 글을 쓰는 일보다 그림을 그릴 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왜냐면 그림만 보고 내용을 알 수 있어야 진짜 멋진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그 후 겨울쯤.
문화센터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다
봄부터 문화센터에서 나에게 강의요청을 해 왔다. 그 장소는 집에서 약간 멀었다. 그래서 강의를 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바쁜 주말에 남편과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 내가 강의실 세팅을 하기 위해 그곳에 도착하니 아주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나에게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와, 선생님이다."
오랜 시간 영어를 가르치다 이젠 유아들에게 영어 그림책과 한국말 그림책을 읽어 주는 일에 도전하는 첫날이었다. 그날 이 강의실에 도착하기 전에 난 발성연습, 책 출간, 율동, 강의 자료 준비, 수업 도구를 만들며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난 30분 먼저 그곳에 도착했다. 먼저 수업할 자료를 복사했다. 그리고 와이파이가 터지는지 분석했다. 수업을 말로써 할 것인지 영상과 함께 할 것인지 고민도 했다. 결혼 전에 유아들에게 교육을 시킨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난 올해 유아들 수업을 하게 된 날. 그날 난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를 했다. 몸치인 내가 율동을 하자 아이들이 모두 신나 하며 따라 했다. 아이들은 모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수업은 생각보다 잘 진행되었다. 먼저 한국말인 내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반응이 좋았다. 책 내용이 재밌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내가 상호 작용이 잘 되어서 그런지 나름 난 그 수업에 만족했다. 그날 울고 떼쓰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 사실 수업 중 이런 일이 가장 우려스러운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여운 아이들과 종이접기를 해서 날려도 보았다. 아이들 은종이 비행기를 날리자 아주 신이 났다. 그리고 두 번째 수업은 영어 그림책 수업.
동물 그림이 나오는 책을 이용해 색깔과 동물 이름 등. 간단한 영어를 배웠다. 수업에 필요한 도구로는 알파벳을 스티커처럼 떼어내 단어를 만들 수 있는 단어 보드. 그걸 만드느라 고생만 산만큼 했다. 그 수업도 역시 신나 했다. 아이들을 오래 가르쳐서 그런지 첫 수업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두 시간의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늘 느끼는 것은 잘 준비한 수업은 항상 성과가 좋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모두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길 바라고 난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세상 이치가 참 묘했다.
대기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부모님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이들은 만족했던 그 수업이 엄마의 욕심이라는 가면 때문인지 등록한 수강생이 겨우 2명이었다. 6명이 넘어야 다음에 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말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가 다음엔 원어민 수업을 신청해야겠다는 것.
난 젊어서 원어민 회화 수업을 약 8년을 수강했다. 그리고 원어민 선생님이 있는 학원에서 강의도 해 보았다. 그리고 원어민 선생님과 같이 물건도 사고 차도 타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온갖 것을 다 하면 살았다. 그런데 그날 내 귀에 들려온 소리가 '다음엔 원어민 수업을 들어야겠다.'
그 말에 난 기분이 편치 않았다. 늘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자주 접했던 원어민 선생님들. 난 그들의 고충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코코러치. 으아아악"
영국인 원어민 선생님이 아파트에 바퀴벌레 나왔다고. "살을 빼려는데 어떻게'' 수업 시간마다 빵을 먹던 원어민 선생님. 참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어떻게 수업 시간에 빵 먹을 생각을 했는지. 그런 선생님이 자전거 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어보길래 해결. 겨울엔 집에 보일러 고장 나서 어떻게 하냐고. 차를 못다 제시간에 강의를 못 갔는데 어떻게.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았을 때 난 차근차근 잘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난 이럴 때 화가 난다
한국에 내려와 외로워하고 한국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원어민 선생님들이 하는 영어 강의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중요할까? 우리 사회의 영어 조기 교육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 내려와 한국 말고 한국 문화 제대로 알고 온 원어민 선생님이 얼마나 될까?"
막상 영어 회화를 배웠을 때 수업 준비 안 된 사람들. 한국말도 제대로 안 되어 의사소통도 안 되는 원어민 선생님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왼발, 오른발 발음부터 가르쳐야 했던 지난날. 난 이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원어민 자격이 있으려면 한국 문화와 간단한 한국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가지면서 오랜 기간 영어를 가르치는 삶을 살다 난 어느새 한국말 책에 더 매력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또 다른 한국말 그림책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말의 어원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언어의 소중함
언어를 오랫동안 가르치다 보니 말이 얼마나 보배로운지도 알겠다. 또한 말을 잘못 사용했다간 혀가 잘리는 일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과 말 중 어떤 것이 더 신중해야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당연 말이다. 글은 수정할 수 있지만 언어는 한 번 뱉어 내면 그만이다. 그러니 한번 말할 때 적어도 열 번은 생각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요즘 난 [나는 지하철입니다]란 동화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아이들에게 지하철을 타 본 적 있느냐고 했더니 아직 없단다.
그리고 글 말고 그림만 보여 주고 내용을 유추해 보라고 했더니 아이들의 눈이 예리했다.
"어, 저 학생은 스마트폰만 보다 지하철을 놓쳤어요."
지하철 문화보다 자동차 문화를 먼저 접한 아이들은 저마다 할 말이 많았다. 책의 젤 첫 표지에 긴 강이 흐른다.
"이게 무슨 강이니?"
''''''
아이들은 강의 이름보다 저 지하철이 어디로 가는지 그게 더 궁금한 눈치였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지하철 풍경을 보면서 [행복한 버스]란 동화가 생각났다. 버스나 지하철이나 모두 사람들을 먼 곳까지 데려다준다.
요즘 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런 삶은 대기 중 온실 가스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는 작은 실천이다.
동화는 아이들의 사고를 풍요롭게 디양하게 여러 가지 모양의 도형이나 상자 속 감자가 빵이 되기도 하듯 상상력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