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리 데이비드 소로를 닮은 듯한 시인
헤르만 헤세에게서는 향기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향기가 자연의 소리가 머무르는 곳에서 기록한 흔적이 깊은 사유가 그리고 자발적 은둔이 숨어 있었다.
그는 숲 속의 은둔한 꽃을 보고 정원을 가꾸며 살고자 했다.
이런 삶을 중년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스위스 묜타놀라에서 실천했다.
독일에서 헤세의 소설이 출판 금지를 당하지 않았다면 말년에 고향 칼프에서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항상 마음을 꿰뚫는 설교자라고.
자연은 인간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난 이 말에 동의한다. 사시사철 피고 지는 자연을 보면 인간보다 한수 위다. 그중 나무는 늘 내 생각이 옳음을 보여 준다.
어제 장마로 산책을 하다 무수히 잘려 나간 애기 사과나무를 보았다. 그날 난 사과의 애잔함을 보았다.
길을 리모델링하는데 사과나무의 잔가지가 거슬렸나 보다. 잘리지 않았을 땐 그토록 아름답더니 인간의 손에 들린 전지에 의해 무참히 꺾여 버렸을 때 그처럼 비참한 몰골이 아닐 수 없었다.
길 위의 애기 사과
난 길 위에 핀 한 떨기 어린 생명
어제는 소녀의 머리에 핀 그림자였지만
오늘은 전지사의 손에 꺾인 납작한 무쓸모
어제까지의 나를 기억해 주길
오늘의 나를 애처로 해 주길
난 늘 인간이 어떤 경우라도 자연을 아니 무슨 쓸모이든지 인간의 편리 때문에 희생제물이 되는 나무들을 보면 늘 가슴이 아프다.
골프장 건립한다고 마을 앞 당산나무인 팽나무의 숨통을 살아서 있던 그 거대한 나무의 심장을 아무 이유 없이 잘라 버린 그 시절을 난 가슴 아파한다.
그 해 인간은 코로나로 무지 고통을 당했다.
차라리 그 광경을 보지 않았더면 더 좋았을 뻔했다.
무지, 인간의 무지를 일깨우기 위해 헤세도 소로도 다 숨어 살아야 했던 저 역사의 기록을 보면서
나름 친숙한 길에서 만났던 애기 사과에 대해
행복하길 다음 생엔 더 행복하길 바랐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 지혜로운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헛소리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나는 나의 이 생각이 기쁘고 옳다고 느낀다.
이게 내 생각, 자신의 내부에 별을 품게 하는 헤세의 책이 인간을 영원한 별, 죽음과 공포가 없는 억압과 고통이 없는 폭력이 없는 비록 퇴학당했지만 분노하지 않는 시인으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한다.
학창 시절 트라우마가 없는 이가 누가 있을까?
나 역시 어린 시절 난 늘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아 부모 밑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나마 부모님이랑 살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은 주로 방학.
난 그 길이 내 유년에 헤세의 길과 비슷한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로부터 멀어졌다 함께 할 때 자유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은 늘 아이를 성장하게 만들기는 했다.
물가에 나가지 말라는 장마철에는 물가에 나가지 말라는 그 한마디를 어겨 난 아주 오래전 목숨을 잃을 뻔했던 기억이 난다.
헤세가 있어 이 책이 있어 난 오늘 내 유년도 기억하는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