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신혼일기를 내가 쓰기로 했다

그녀의 남편과는 말도 해본 적 없다

by 한소로


"야, 네 얘기 내가 글로 써도 돼?"


"네, 그래요. 우리만 재밌을지도 모르겠지만."


"저작권료는 달에 10원밖에 못 줄 수도 있는데, 우리만 재밌지는 않을 거 같다."




수다쟁이들 둘이 오늘도 전화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그녀의 신혼이야기를 내가 쓰기로 했다.


내가 말해서 허락을 받은 거지만 나도 황당하긴 하다. 아니, 내 얘기를 내가 쓰는 것도 아니고 무슨 남의 신혼생활을 내가 쓰겠다는 건지. 심지어 그 집 남편은 결혼식장에서 얼굴 한 번 본 게 다다.


그러나 이 생각은, 카페에 앉아 구형 노트북을 펼친 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절로 떠올랐고 곧 입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이제 결혼한 지 5개월째,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참기름 내가 진동해야 할 커플은 바로 이때 ‘추격전-아내는 신출귀몰-’ 편을 찍고 있었다.


“언니, 남편이 제 위치정보 찾기를 했나 봐요. 지금 도서관에서 나왔어요.”


“위치정보 찾기를 했다고?”


“네, 집에 구형 태블릿이 있었거든요. 밖에 가지고 나갈 일이 없어서 비밀번호 안 걸어놨는데, 그걸로 내 기기 찾기 기능을 썼나 봐요. 알림이 뜨더라고요.”


이 집 남편, 머리 좀 쓰네. 감탄하고 있자니 그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엇, 지금 남편이 왔어요."


“너만 신랑 본 거야?”


“네, 남편은 저 발견 못 했어요."


“빨리 왔네?”


“도서관이 집 코 앞이거든요. 저만 발견해서 지금 살짝 숨었다가 다른 데 가는 거예요."


“이야, 긴박하다."


그녀가 특유의 경쾌한 웃음소리로 웃었다. 목소리 크기가 돌아온 걸 보니 남편 회피 안정권에 접어들었나 보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남자를 피해 다니는 이유는 가출 중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딜 갔었는데? 집 근처 산책, 카페, 도서관······. 너무 건전한 거 아니야? 가출이라며? 내 말에 그녀가 대답했다. 그러니까요~.


평소 성실한 그녀는 유부녀가 되더니 더욱 착실해진 듯하다. 가출이라길래 걱정했는데, 행적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여서 오히려 부추기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이때 나는 개인적인 볼일을 보고 그녀에게 전화를 한 참이었다. 미안하게도 복권을 산다고, 커피를 주문한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전화를 끊었다가 걸기를 반복했는데 그녀는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이런 소소한 것보다는 속 답답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가출은 왜 했어? 싸웠어?"


최근에는 소소한 다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걱정되는 마음에 묻자 대답이 술술 나온다. 들어보니 꽤 크게 싸웠다고 한다.


하긴, 그러니 가출까지 감행했겠지.


모든 부부싸움이 그렇듯 계기는 소소하나 싸움은 창대했다. 말투가 문제가 되었단다. 그것이 고성방가로 이어지기까지.


"어휴, 다른 때도 아니고 지금은 자기가 납작 엎드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실 작아 보이는 계기 속에는 복잡한 감정의 얽힘과 고민이 들어있었다. 남편이 사고를 쳤던 게 있는데, 얼마 전 그녀에게 들통이 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결국 수습은 똑순이 그녀가 해야 했고.


"저 사기 결혼 당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