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안 신기해
놀랍진 않았다. 하얀 얼굴에 예쁘장한 그녀는 인기가 많았다.
이때 내가 한 생각은 '언제쯤 그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려나' 정도였다. 친한 친구에게 진지하게 만나는 남자를 소개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가.
난 이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전날 지방에 사는 친구를 방문해 하룻밤 자고, 이날 서울로 올라와 그녀를 만난다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었다. 센트럴터미널은 종종 이용해 왔지만 여기서 사람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바지의 끝단이 온통 비에 젖어 엉망진창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바지는 해외직구 앱에서 산 긴 나팔바지로 아주 미묘하게 바닥에 닿는 기장이었고, 일기 예보를 보지 않은 나는 이날 거지꼴을 못 면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그녀의 주접 때문이었다.
"남친 생일은 이 날짜고요, 제 생일은 이 날짜인데요, 숫자를 보면 이 2개 빼고 나머지는 겹치잖아요. 신기하지 않아요?"
"어, 그래, 정~말 신기하다."
하나도 안 신기해, 라는 말로 들리는 내 말투에 그녀가 큰 소리로 웃었다. 스스로도 알기 때문이었다, 별로 개연성 없는 얘기라는 걸.
실제로 그 숫자들은 딱히 유사성이 없었다. 비슷한 나이라면 당연히 앞의 숫자 몇 개는 겹치는 거고, 11월생이나 12월생이 아니라면 0은 하나씩 들어가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숫자의 연결고리를 주장하는 것은 그녀가 지금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나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보기 좋았다. 내 유머감각을 이해해 주는 것은 더 좋았고.
"어떻게 만났어?"
"어플로 만났어요."
"어플?"
이건 또 의외라 되묻자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요즘 어플 중에는 간단한 신상정보만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나 가풍, 가치관, 이상형 등등을 상세하게 쓰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몇몇 항목은 인증도 필요하고, 하나하나 상세하게 써야 해서 등록하기 귀찮을 정도라고.
"가치관이나 결혼 후에 어떻게 살고 싶다, 하는 생각 같은 게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지향점이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얘기해 보다가 결국 만나게 됐는데 외모도 엄청 제 타입인 거예요."
그녀는 곰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 아마 남자친구가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밥도 잘 먹는 상남자 스타일인 모양이었다.
속으로 짐작하며 듣고 있는 동안 그녀의 이야기는 둘의 첫 데이트에서부터 최근에 나눈 대화로까지 이어졌다.
"가끔 가만히 남친 얼굴을 들여다보거든요?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물어보면 '하던 거 계속해, 난 감상중이야.' 막 이러고."
기가 막혀서 웃자 내 반응을 보더니 깔깔 웃는다. 얘가 이렇게 주접떠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만큼 그녀의 취향에 부합하는 외모이리라.
그녀가 그럴수록 나는 그 남자친구가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재촉하지는 않았다. 이제 만난 지 2, 3개월쯤 되었다고 하니 나중에 소개해 주겠거니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남자친구가 그녀의 남편이 된 지금까지, 결혼식장에서 스치듯 본 걸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