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에게 종종 남편 얘길 한다. 좋은 얘기일 때도 물론 있지만, 안 좋은 얘기일 때도 있다. 신혼인데 벌써 남편의 안 좋은 점을 얘기한다는 것을 께름칙하게 생각하는 것 같길래, 언젠가 전화통화로 말해주었다.
"야, 그럼 이런 얘길 누구한테 하냐? 시부모님한테 하냐? 아니면 엄마한테 할래?"
'그건 아니죠~.'
"내 친구들 다 나 만나면 남편 흉을 그렇게 본다. 이런 얘길 어디 가서 해? 그렇다고 속에 쌓아두면 답답하니 병 되고. 어디 가서 말 옮길 일 없으니 그냥 나 만나면 흉보고 툭 터는 거야."
이렇게만 말하면 안심될 리 없다. 나는 너스레를 떨며 내 실패담을 늘어놓았다.
"예전에는 친구들 말 들으면 내가 막 열받는 거야. 내 친구잖아. 그래서 어머, 어머, 너네 남편 왜 그러니? 했더니 기분 나빠하면서 얼굴이 싹 굳더라. 나도 어렸으니까 몰랐던 거야, 걔네 팔 안쪽에 있는 게 더 이상 내가 아니라 그 집 신랑이라는 걸. 그래서 그 뒤로는 절대 안 그래. 그냥 어머~ 네가 힘들겠다~ 남편이 좀 심했네~ 정도로 하고 말지. 웃긴 게 뭔지 알아?"
'뭔데요?'
"우리나라는 자랑하는 문화가 아니었잖아. 남편이랑 어디 놀러 갔었다, 이번 결혼기념일에 이런 걸 다 해주더라~ 하면서 막 자랑하고 그러면 팔불출이라고 하고 푼수떼기라고 하고. 요즘은 좀 변했지만, 우리 세대는 그런 부모님들 보고 자랐지."
'그렇죠.'
"그래서 내 친구들도 남편 칭찬을 안 해. 맨날 불만만 얘기하지. 내 친구들이 나한테 했던 얘기 다 합쳐보잖아? 걔네 남편들,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난 예전에 내 친구들이 하나같이 다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남자 만나서 같이 사는 줄 알았어. 근데 그 집 신랑들 실제로 보잖아? 멀쩡해. 놀랍게도 하나같이 다 정상이야."
그녀가 소리 내 웃었다.
'하하하하, 멀쩡하니까 같이 살겠죠.'
"그러니까. 다 그런 거더라고. 그걸 깨달은 뒤로는 그냥 어휴~, 그랬구나~, 하는 거야.“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는 걸, 나는 어리석게도 굳어진 친구의 얼굴을 본 뒤에야 실감했던 거다. 불평불만을 해대고 투덜거려도 결국 그 사람이 좋아서 뜨겁게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지금은 애 낳고 잘만 산다.
그 불평불만이라는 것도 본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날 만날 때마다 토로하지만 정말 별 거 아니다. 남편이 매일 양말을 까뒤집어서 내놔, 하는 거랑 유사하다. 내가 보기엔 웃고 말 일이지만 그야 매일 반복되면 짜증 나겠지.
그녀가 나에게 남편 흉을 볼 때마다 내가 크게 웃어버리는 이유다. 그러면 그녀는 항상 같이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언니,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니까요?”
이렇게 종종 전화하면서 가끔 남편 흉도 보고 칭찬도 하는 그녀이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거기엔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유부녀가 되었구나 실감하고 만다. 유부녀들의 공통점이 시간 내기 너무 어렵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신히 시간 맞춰 얼굴 보는 게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세 번 넘어가면 박수 짝짝 쳐줘야 한다. 나를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게 어렵게 유부녀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서로의 근황을 보고하면서 남편들 못난 점도 함께 듣는다. 놀랍게도 그때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다.
신혼일 때는 이게 안 맞아서 싸우고 애를 가졌을 때는 저게 안 맞게 돼서 싸우고 애를 낳고 나면 새로운 문제로 싸우는데, 약 4~5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이걸 들었다고 치면 나는 이 남편이라는 작자에 대해 약 열 가지 정도의 이상한 점을 알게 된다.
문제는, 나는 묘한 데서 기억력이 좋기에 이 남편들의 단점을 짜 맞추어 한 인간을 만들어버렸다는 데에 있다. 당연히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들일 수밖에.
그러나 친구들은 나에게 말하고 나서 그 ‘이상한 점’을 다 잊은 후다. 혹은 시간이 지나 이제 더 이상 그 문제로 싸우지 않기에 잊은 후거나.
이제는 나도 그 남편들의 이야기를 내 안에 담아두지 않는다. 유부녀들이 훌훌 털어버린 것처럼, 나도 듣고서 훌훌 털어버린다.
그리고 이제 명실공히 유부녀가 되어버린 그녀도, 내게 말하고 훌훌 털어버리게 될 거다. 그러면 나는 열내지 않고 그녀에게 말하겠지.
”아~, 그랬구나~. 남편이 너무했네~.“
이제 그녀의 굽힌 팔 안 쪽에 있는 것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