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나는 원래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것저것 여기저기에 끄적여 놓고, 때로는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디지털 세상 속 간간이 남겨둔 내 일기들을 발견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15년 전, 청춘의 끝자락을 헤매며 삶의 방향을 고군분투하던 그 시절의 나.
그때의 글들이 조심스레, 그러나 힘 있게 나를 불러냈다.
'이게 정말 나였나?'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생각을 하고, 때로는 과감하고 멋진 꿈을 꾸던 나.
그 시절의 나는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고, 거칠지만 순수했다.
울며 썼던 일기 속에도, 웃으며 끄적였던 글 속에도,
삶에 대한 성찰과 쓴맛을 삼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때의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살포시,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물론, 결혼 전과 후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청춘의 풋풋함도 잃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시간을 되돌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살도 찌고, 몸도 아프고, 수술도 몇 번이나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
무수한 과거를 품고 살아가는 이 중년의 내가 좋다.
삶의 행복은 어디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바로 지금, 여기.
내가 살아 있는 이 순간에 있었다.
나는 나의 모든 과거를 모아,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뜨겁게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그녀에게 말해준다.
"너가 잘 버티어서 지금의 내가 있구나. 정말 고맙다."
미워했던 과거의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화해를 청한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