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선임에게 배운 '감정빼고' 소통법

'비대면 소통'에 익숙해지는 나날들

by 봉순이

나는 메신저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저 ‘채팅창’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판교에서의 첫 업무는 다름 아닌 ‘팀즈(Teams) 메신저 셋업’이었다.


“도대체 메신저가 왜 이렇게 중요하지?” 처음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컴퓨터를 셋팅하던 날이었다. 팀즈를 설치하고 업무 관련 문서를 받는데, 이전 회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누구 하나 옆에 앉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이, 메신저에 “여기 참고하시면 돼요” 하고 링크 하나만 ‘툭’ 떨어졌다.


링크를 열면 또 다른 링크, 그 안에 영상, 문서, 가이드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아... 이걸 다 내가 알아서 봐야 하는 거구나.’ 예전엔 누군가 옆에서 하나하나 화면을 넘겨가며 “여긴 이렇게 하면 돼요” 하고 직접 알려줬다. 그땐 불편했어도 ‘사람이 함께 있다는 안심’이 있었다.


그런데 여긴 달랐다. URL 하나로 모든 것이 전달되는 세상. 그 안에는 효율이 있었지만, 처음엔 이런 '비대면의 거리감'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키보드만 다다다… 말이 사라진 사무실


가끔은 적막한 사무실에 키보드 소리만 다다다다 울려 퍼질 때가 있었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메신저로 건넸다.


“사람 냄새 나는 곳이 그립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이토록 조용하고, 이토록 말이 없는 공간이라니. 정말 이게 회사가 맞나 싶은 순간들이었다.



어려운 기안서, 나는 결국 전화를 들었다


어느 날, 새로운 작업을 할당받고 기안서를 읽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메신저로 담당 PM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PM님, 이번 변경 사항 관련해서 기안서를 보고 있는데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메시지 드립니다.”


잠시 후,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네 안녕하세요 책임님. 어떤 부분이 어려우실까요?”

그런데, 막상 설명하려 하니 손이 멈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한참을 메신저 창만 바라보다가 결국 전화를 들었다. “안 되겠다. 그냥 통화하자!” 아줌마 특유의 무대포 정신이 발동했다.


그리고 통화 후 알게 됐다. 사실은 아주 간단한 내용이었다. 화면 캡처 한 장이면 끝날 일을, 나는 장황하게 말로 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PM이 조금 불편해 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전화는 방해, 메신저는 존중?


어느 날, 팀의 MZ세대 친구에게 물었다.

전화보다 메신저가 편한가요?”


그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벨이 울리면 당장 ‘지금 말 좀 해’라는 느낌이 들어요. 집중하다가 울리면 흐름이 다 끊기고요. 상사 전화는 더 그렇죠. 목소리 톤, 말투까지 신경 쓰여서 감정 소모가 커요. 그런데 메신저는 짧게, 이모지로 감정 덜 담고 얘기할 수 있어서 편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멍해졌다.

나는 답답하다는 이유로 내 방식만 고집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 한구석을 콕 찔렀다.



제목_없는_아트워크 (1).jpg



다시 보게 된, URL 하나의 의미


그러고 보니 URL로 소통하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링크 하나 툭’이라는 방식이 어쩌면 상대방을 몰아붙이지 않고, 스스로 익힐 시간을 주는 배려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주입식 교육처럼 옆에 붙어서 설명해주는 방식이 익숙했던 나에겐 그런 ‘비대면의 거리감’이 낯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야말로 자율성과 리듬을 존중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URL 하나로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차가운 게 아니라, 다만 다른 방식으로 따뜻했던 것이다.



메신저 속 기록, 그리고 소통의 새 방식


그날 이후, 나는 메신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남는 기록이 있었고, 오고간 대화 속에서 약속을 확인하기도 쉬웠다. 파일을 주고받는 것도 훨씬 간편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신저는 점점 내게도 편해지고 있었다.

다르지만, 함께하는 법을 배운다


중년의 나는 ‘전화가 더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MZ세대는 ‘메신저가 더 편하다’고 말한다.

처음엔 문화 충격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거리감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다.


소통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건 다름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태도다. 그리고 나도 이제 전화 대신 이모지로 웃음을 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새로운 방식은 금세 나의 일부가 된다.

변화를 향한 첫걸음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메신저 속 작은 웃음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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