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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제 Dec 19. 2020

브런치는 처음이라

브런치에서 뭘 하고싶은지, 뭘 할 수 있을지 적는 마음가짐 글 

어제 만들었는데 망한 나의 브런치... 프렌치 토스트를 넣습니다. 이미지를 뭐라도 넣어야할 것 같아서 이런 추태를 공개해버리고 마는데 





 간간히 구글에서 검색하다 얻어걸려 본 글들 몇 개를 읽어보았을 뿐, 브런치라는 사이트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다. 내가 알고있던 것은 브런치가 글 쓰는 유저들을 '작가' 라 부른다는, 멋지고 똑똑한 호칭 시스템(?) 을 마련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냥 여기 글을 쓰면 다 작가라고 해주나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작가는 신청해야 되는 거였다. 조금 충격을 받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쓰던 글을 몇 개 긁어모아 신청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신청해보니 작가로서의 나를 소개하는 것도, 심지어 목차를 작성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나는 내 글들을 아카이빙 하고 소통하는 장소로서 브런치에 관심을 가지려던 차여서 당황했다. 엥? 목차를 벌써 쓰라고? 난 그냥 영화랑 책 리뷰 쓰고 있는데 우짜지... . 그렇게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멋대로 시리즈를 잡았다. 바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Q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A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들과 거기에 사족처럼 얹어지는 저의 경험과 일상이 주제일 것 같습니다. 그 중 시리즈로서 욕심내고 있는 것은 '죽음 대비 마음 단권화' 입니다. 저는 시험이 다가오면 한달 전 부터 노트 하나에 중요한 것과 헷갈리는 것 등을 모두 모아 적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단권화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좋은 작품과 글을 읽으면서, 아! 이건 이런 순간이 다가올 날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 하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은 관짝에도 들고갈 죽음 단권화를 하려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이게 처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음 대비 마음 단권화. .......... 난 누군가의 관심에 맞추기 보단, 그저 다듬을 뿐 내가 볼 용도를 상정하고 쓰는 글에 익숙했기 때문에... 이렇게 납작한 것을 써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단권화라는게 애초에 핵심요약집-특히 내가 잘 아는건 패스하고 헷갈리는 것 위주로 정리한 것- 인데, 죽기 직전에 이런 마음가짐을 해야지!! 하고 주마등을 미리 만들어놓는다는게 … . 어리석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게 나한텐 정말로 필요하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몸이 아픈 사람이나 죽음을 최근에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들의 경험에 대해 내가 함부로 말 얹지는 못하겠으나. 어쨌든 내 얘기를 하는 선상에서라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나는 성당에 13년째 냉담중인 유물론자여서, 죽기 전에 안락을 위해 찾을 신이 없단 말이다. 스스로에게서 안락을 찾고 싶었다. 거기에 더불어 난 '가족' 이라든가 '내가 후회한 일, 좋아한 일...' 이런 식으로 명사로 생각하면서 끝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명사 아닌 문장으로 내가 죽음을 죽는 순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단권화처럼 정리하고 싶었다. 내가 늙어 죽든 사고사로 죽든 병들어 죽든 유용할 것이다. 내가 잘 아는 것은 패스하고 헷갈리는 것만 단권화에 담아넣었듯이, 나의 성향을 반영하여 내게 필요한 문장과 생각을 담을 예정이니까. 


 이런 저자 맞춤형 글이 팔릴 일은 없겠지? 팔리려고 쓰는 글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우당탕탕 시리즈의 계획이 통과되어 다음날 작가 ㅇㅋ 라는 메일을 받았다. 이런 결과물을 받는게 오랜만이라 나름 기뻤다ㅎㅎ 참고로 나는 글을 뭐라도 써보겠다고 결심한지 정확히 한 달 반 째다. 2020년에 교대를 졸업해 임용에 붙어 발령대기자가 되었고, 상반기는 기간제를 하며 돈을 좀 벌었다.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막 피어오르기도 전에 코로나 때문에 애들과 깊은 소통 한번 못하고 어중간하게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인풋을 많이 넣고 싶다는 생각에 하반기부터 책과 영화에 파묻히고 있다. 그러고 있는 중, 이걸 기록하고 싶단 생각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 브런치로 넘어온 것이다.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브런치에서 뭔가 잘하면(?) 출간이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작가가 되는 건 너무 멋진 일이고 탐나는 일이지만, 역량도 뭣도 없이 까불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나만을 위한 마음 단권화 시리즈는 언젠가 꼭 써보고 싶다. 깊이를 다져서! 생각해둔 목차와 내용거리도 몇 개 있다. 그리고 죽음 시리즈 다음으로는 인간관계론 시리즈를 내 버전으로 또 써보고 ... . 기회가 되면 우울 시리즈도 써보고. 이 자기중심적인 단권화는 인지행동 치료의 교훈이다. 나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내게 효과적인 방안을 기록하는 작업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구체적인 방법으로 나를 구원한다. 거기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다. 그런 것들을 총체해서 하나씩 시리즈로 독파해가고 싶다. 


언제나 뜬구름 같은 좋은 소리는 내게 닿지 않는다. 실질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른 분들의 글도 여기서 많이 읽을테다. 화..화이팅.. . 이런거 발행해도 될까요? 되겠죠?  작가 통과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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