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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진 맑을 아 Oct 16. 2019

최대 정원이라는 문턱



'예약 가능 정원은 4인 이하 입니다' 라는 공지사항 하단의 문장을 보고 201호이냐 202호이냐를 고민하던 내가 한심해지면서 얼른 창을 닫아버렸다. 벌써 10번째 숙소마저 내 손을 떠나갔다. 핵가족치고 다소 많은 5명인 우리 가족은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숙소 선정에 애를 먹는다. 예쁘고 깔끔한 방들은 기본 2인이며 최대 4인으로써 우리는 항상 온돌룸, 가족룸 등의 분홍과 노란색의 원색들의 화려한 패턴의 벽지가 붙어있는 촌스러운 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뿐만일까. 택시도 최대 정원이 4명이여서 추운 겨울 저녁에도 외식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없기에 아빠는 항상 차를 가져가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텔레비젼만 켜도 아침에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대가족 사연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왜 기준이 4명인걸까.


1년 7개월이라는 경력을 들고 퇴사를 하였다. 지원하고 싶은 회사들은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했다. 내가 보내온 지난 시간들이 낯설어지고 자신감있게 바깥세상으로 나온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시간만 흐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좌절하게 되고 무너지게 되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노력과 열정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해해줄 시절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살면서 수 많은 숫자들에 부딪히게 된다. 내 행복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는 수치로 알 수 없는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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