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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진 맑을 아 Oct 22. 2019

아깝지 않은 지출


해가 긴 게 좋고 밝게 빛나는 광경이 좋아서 사랑했던 여름이 끝나고 코 끝이 시리는 계절이 되었다는 게 슬프다. 내가 좋아하는 보들보들한 소재의 잠옷을 실컷 입을 수 있는 것을 빼고 말이다. 내가 집착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았고 그것은 바로 '잠옷'이었다. 단순한 바둑판식 체크부터 정교한 타탄체크 무늬, 스트라이프 패턴, 극세사 소재까지 여러 잠옷을 골라 입다보면 이 추운 계절도 곧 지나갈 것이다.


회사에서 8시간보다 눈을 감고 편히 숙면을 취할 때의 8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화장기 없는 민낯일지라도 누워있을 때 나에게 착 감기는 편안한 착용감의 잠옷은 몇 만원씩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행복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 예쁜 옷을 사 입을 필요는 없다. 비록 지켜보는 관객 없는 매트리스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패션쇼일지라도 소재와 패턴이라는 디테일에 신경 쓴 잠옷을 입는 남다름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나만의 길과 그걸 향하기 위한 태도를 정했으며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잠옷을 5벌 이상 보유하고 있는 부분이 나에게는 매우 큰 가치이다. 잠옷은 정말 매력적이고 안락한 행복이다. 


우리는 이렇듯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한 마음 속 깊이 묻어 둔 빛나는 것들을 담담하게 얘기할 줄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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