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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진 맑을 아 Dec 17. 2019

어항 안에 갇힌 어른


새로 나온 과자 맛이 궁금해서 뜯어보기 전에는 맛을 알 수 없듯이 뭐든지 시작하기 전에는 그 진가를 알 방도가 없다. 강남역까지의 출퇴근길이 합정역에서 2호선을 타면 한 번에 가므로 순탄할 줄만 알았는데 크나 큰 오산이였다. 서울의 절반 가량 이상의 인구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다니는 건지 7시 56분에 탑승하는 2호선 열차 안은 언제나 북적인다. 앞 선 열차와의 간격 조정을 위해 열차가 약 1분간 정차한 뒤 늦게 출발한다는 기사의 안내방송은 11개가 넘는 모든 역에서 울려댄다.


며칠 전 본 하상욱 시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를 발견했었다. 하상욱에게 출근이란 권태기와 같은 것이라고. 처음부터 힘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 또한 통학 시절 왕복 3시간 가량의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다녔던 적이 있기에 깊이 공감했다. 일찍 집을 나서도 쉽사리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은 마치 어항 안에 갇힌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우울할 땐 출근길에 맞은편 사람의 얼굴을 봐보라고 했었다. 핏기 없고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치 거울로 보는 내 모습과 똑같아보였다.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해 본 적이 과연 몇 번인가.


우리의 저마다의 힘듦을 위로하며,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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