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 진 맑을 아 Jan 08. 2020

익숙함에서 멀어지기


어둠이 내리고 입김이 서리는 겨울 저녁 8시 쯤 동네 구석에 위치한 조용한 술집에서 둘은 마주 앉았다. 어색한 침묵을 깨는데는 영 어색한 둘인지라 서로 빈 잔에 물을 따르는 행위를 하려다가 물병을 건드려 애꿎은 물만 쏟았다. 주문한 음식과 술이 나와서 이제 시작이 되려나 하는 그들의 대화는 이미 음식이 나오기 전에 끝이 나고야 말았다. 시작과 끝이 뒤바뀐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두고 우리는 바로 '이별' 이라고 칭한다.


우리는 살면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별은 항상 낯설고 힘들다. 그 동안 익숙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관계라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이별은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와 같다.


저마다의 사랑이 다를 것이고 견뎌야 하는 헤어짐의 무게도 다를 것이다. 더 이상 서로의 현재를 논할수도, 미래를 꿈꿀 수도 없이 과거만 회상해야 하는 이별은 언제나 나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항 안에 갇힌 어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