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는 아기가 정답이 아닐지도 몰라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밤

by 희라의 오늘배움

수면교육. 아이를 낳기 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이다. 수면과 교육이라니.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하나로 묶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색했던지.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 있을 정도로 수면은 인간의 본능 중에 하나다. 아니 최소한 나는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아기는 졸리면 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했다. 심지어 겨우 재워도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 깨어 있으려고 했다. 다들 수면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왠지 아기를 울려가며 혼자 재워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시도하기가 두려웠다. 심지어 한 번 실패하면 그다음은 더 어려워질 거라니.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더더욱 커져갔다.


내가 처음 수면교육을 시도한 것은 50일이었다.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생후 6주부터라, 자연스럽게 밤에는 자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 줄 수 있다나. 태어난 지 50일밖에 되지 않은 쪼꼬미에게 혼자 자라며 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야 자다가 깨도 다시 잠들 수 있어서 아이에게도 더 깊은 잠을 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를 움직였다.

자장가를 불러주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나오니 눈앞에서 엄마가 사라진 아기는 칭얼댔다. 당장 가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이야기에 꾹 참았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기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내 자장가 몇 번에 잠들곤 했다. 아이를 재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고 밤중에도 수유를 위한 한두 번 말고는 쭉 잘 수 있게 되자 삶의 질이 수직상승했다. 수면교육을 잘 받아들이는 아이에게도 고맙고 이래서 사람들이 수면교육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빠른 뒤집기를 시작한 아이는 밤중에 계속 깨기 시작했다. 왜 발달연습은 항상 잠잘 때 하는 걸까. 자장가로 재우면 뒤집느라 깨고, 잠들어있다가도 뒤집기를 시도하다가 깨버렸다. 뒤집기를 성공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되집기를 못하니, 혼자 뒤집고는 다시 되짚어달라고 울었다. 신생아 시절로 돌아간 듯 잠 못 드는 나날이 이어졌다. 밤마다 나는 아기를 언제 안고, 언제 내려놓아야 할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수많은 계산을 했다. 피곤과 사랑, 미안함과 원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기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았다.

성질 급한 우리 아기는 뒤집기 성공 2주 만에 첫 되집기를 성공하고 그로부터 한 달 만에 되집기를 마스터했다. 드디어 다시 혼자 자는 날이 돌아오나 했지만 이미 방법을 잊은 아기는 엄마를 찾았다. 한 층 더 세진 고집과 함께였다. 이렇게 나는 수면교육 두 번째 황금기라는 4개월도 뒤집기와 함께 지나쳐버렸다.


이제 우리 아기는 7개월, 8.5kg의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 임신 전 헬스장에서 10kg의 아령은 거뜬히 들던 나였지만, 출산 후 약해진 손목으로 싱싱한 활어 같은 8.5kg의 아기를 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심지어 선호하는 자세도 점점 바뀌어 세로로 들고 한 손만으로 받치는 자세에서만 잠이 들었다. 손목이 너무 아파 다른 손으로 바꾸거나 가로로 들기만 하면 바로 눈을 떴다. 그래 또 언제 이렇게 맘껏 안기겠나 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안아서 재우려고 했건만. 이제는 커버린 아기가 버거워 정말 수면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아기는 눕혀놓기만 하면 안아달라고 내게 기어 온다. 그 안쓰러운 표정을 외면하기 어려워 안아 올릴 때마다 윽! 하는 소리가 난다. 수면교육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마다 엄마는 '너는 그런 거 없이 나랑 누워서 잘 잤는데 너 편하자고 그 조그마한 아기에게 몹쓸 짓을 한다'며 타박한다.


아직도 나는, 수면교육을 계속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품에 안겨 잠든, 천사 같은 아기의 얼굴을 보면 '이때를 누리자' 하며 아기가 원하니 넘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아기의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스스로 잠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생각 사이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고민한다. 이제 반년 후면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밤마다 아이의 작은 몸짓과 숨소리를 관찰하며, 머릿속으로는 수천 가지 계산을 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아기를 안으며, 다시 한번 묻는다. 완벽한 수면 교육 방법이 있을까? 하지만 아기가 나를 바라보며 작게 웃는 그 순간, 모든 고민이 사라지며 문득 깨닫는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우리만의 리듬과 사랑으로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밤도, 아기와 나는 서로를 품에 꼭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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