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교육이 가르쳐준, 나를 바꾸는 육아

아이가 아닌, 나를 다스리는 부모의 길

by 희라의 오늘배움

임신 소식을 주변에 알리고 나서 가장 먼저 선물 받은 것은 '똑게육아'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선물한 친구는 막상 필요할 때는 읽을 시간이 없을 테니 임신했을 때 미리 읽어두라고 했다. 책을 펼치니 똑똑하고 게으르게 육아하는 요즘 엄마들을 위한 수면 교육 책이라고 했다. 그것이 내가 접한 첫 수면교육이었다. 선물 받자마자 읽긴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와닿지 않아서 그냥 후루룩 읽고 넘겼다. 조리원에 가져가서 한 번 더 읽었지만 당장 실천할 수는 없었기에 또다시 잊고 있었다. 그러다 한 번에 길게 자 보았자 한 시간 반이었던 신생아 시절을 겪고 나니, 잠이 너무나도 간절해져 6주가 되자마자 그 책대로 실천해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책과 달랐고, 한 번 울리자 삐졌는지 하루 종일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번 그런 경험을 하자, 아기를 울려야 하는 퍼버법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울리지 않는 안눕법으로 전향했지만 엄마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는지 아이는 더욱더 내게 달라붙었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주변에 물어보니, 아이가 안기는 기간은 길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가능한 한 많이 안아주라는 조언만 돌아왔다. 어차피 반년 후면 회사로 돌아가야 할 몸, 그냥 할 수 있는 한 많이 사랑해 주자며 다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는 점점 자랐고, 몸무게 상위 15%를 자랑하던 우리 아기는 안고 재우기에 팔과 허리에 많은 부담이 되었다. 이제 벌써 7개월. 수면교육의 황금기라는 6주와 마지노선이라는 3~4개월을 모두 지난 상태였다. 기존 대부분의 수면 교육 책들은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더 이상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매일 일관된 수면의식을 하고 눕혀놓고 나오기에 우리 아이는 내가 눕히자마자 침대 가드를 잡고 일어섰고, 졸릴 때는 내게 안아달라며 기어 왔다. 아직 졸리지 않아 그런가 하고 밤 9시, 10시까지도 기다려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각성하며 잠에 들지 않으려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값비싼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까? 고민할 때 미국에 사는 남편 친구가 '우리 아이 수면 혁명'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었다. '이 책도 똑같겠지' 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목차를 보니 1부 1장이 '생후 6개월 이상 된 아기들의 수면'으로 시작했다. '드디어 나를 위한 책을 찾았구나' 싶어 책을 펼치니, 확실히 다른 수면교육 책들과는 달랐다. 보통 수면교육 책들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부하여 쓴 실용서에 가깝다. 그런데 이 책은 예일대 의대 교수이며 예일 소아 수면센터 소장이 저자라 그런지 수면에 대한 자기 계발서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대상이 6개월 아기부터 시작일 뿐 초등학생까지 적용 가능한 이론들이 적혀있었다.


이 책은 아이의 수면을 위해 쉽게 잠들 수 있는 장소, 타이밍 등의 환경을 조성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 어린아이 일 때는 아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언가를 강요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아이의 행동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신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쉽기 때문에, 내 행동을 바꿈으로써 아이의 습관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비단 수면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울 때 접하는 모든 상황에서, 나아가 사람을 대하는 모든 상황에서 적합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쉽게 보인다. 그리고 상대방을 아끼다 보면 그의 단점을 고쳐주고자 하는 욕심이 든다. 하지만 사람은 쉬이 바뀌지 않으며,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른 환경을 조성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보통 부모들은 '내' 아이라는 생각에 통제권을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나는 부모로서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는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은 "안돼!"일 것이다. 세상에 위험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인간의 뇌는 부정을 인식하지 못하니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라고 정말 많이 들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하지 마' 대신 다른 것을 제안하며 '이거 해 볼래?'라고 말해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아기가 콘센트로 다가갈 때, 위험한 물건이 입으로 들어갈 때 먼저 "안돼!"라고 말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세상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또한,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인내하며 기다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부터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관찰자의 자세를 유지할 때, 아이는 스스로 균형을 배우고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육아는 결국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매일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부모로서 하나씩 배워간다.



이전 11화잘 자는 아기가 정답이 아닐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