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 성장의 기록

조급한 엄마, 느리게 배우다

by 희라의 오늘배움

얼마 전 아이와 놀아주던 나를 보고 동생이 박장대소했다. 평소와 같은데 왜 그렇게 웃냐고 물으니, 동생은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내가 웃기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려면 만 번은 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똑같은 말을 수백 번 반복해야 한다. 지금은 무슨 말인지 몰라도, 언젠가는 알아들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똑같이 대해야 한다. 그렇게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하루 종일 지내다 보면, 참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순간들이 많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윗사람들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직급도 같아 말투와 행동으로 추측하곤 했지만 번번이 틀리곤 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확실히 달랐다. 아이가 있는 이들은 어딘가 더 너그러워 보였다.

아이를 낳고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직 육아휴직 중이라 나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남편도 회사에서 예전보다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늘 모든 사람이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여겼던 때와 달리, 이제는 사람을 바라보는 포용력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원래 성격이 급해 무언가를 잘 기다리지 못한다. 음식 포장을 주문하고도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 오거나, 볼 일이 있으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생각하며 움직였다. 그런데 아기들은 모든 것을 처음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패하고 시도한다. 내가 대신해 주면 금방인데,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내게 쉽지 않았다.


아기들은 쪽쪽이를 물고 잠을 자다가 깊은 잠에 들면 입에서 쪽쪽이를 놓친다. 그런데 입에 쪽쪽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이는 즉시 깬다. 그래서 나는 옆에서 아이가 깰 것 같으면 바로 쪽쪽이를 다시 입에 물려주곤 했다. 한두 번 그러다 보니, 아이가 푹 자기 위해서는 밤새 쪽쪽이 셔틀을 해야만 했다.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기에, 어느 날 마음을 먹고 쪽쪽이를 놓쳐도 입에 다시 넣어주지 않았다. 처음 며칠은 잠에서 깨 우는 아이를 다시 재우며, '그냥 내가 넣어주었다면 푹 잤을 텐데 괜히 기다렸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꾹 참고 기다리자, 언제부턴가 손으로 더듬더듬하더니 쪽쪽이를 혼자 무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자 너무 기특해 감동의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계속해서 대신 입에 넣어주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계획이 모두 어그러지는 일이 발생한다. 아기는 직접 젖병을 들고 먹을 수 있게 되자 젖병에서 분유가 줄어드는 것이 신기했나 보다. 젖병을 한 번 빨고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확인하고, 또 한 번 빨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있었다. 이전에는 10분 내에 먹던 분유를 20분이 넘게 먹고 있었다. 빠르게 먹이고 다음 일정을 소화하려던 나는 너무 답답했다.

결국 다음 일정을 미루고 마음 편하게 바라보았더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젖병은 다 비웠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물건이 생긴 것이 신기해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 달이 지나자, 아이는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다음부터는 나도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의 배움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전의 나라면, 그냥 젖병을 빼앗아 내가 안고 먹였을 것이다. 그러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이니까.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그렇게 하면 아이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게 된다. 젖을 빠는 법부터 잠을 자는 법까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은 생명체가 자라기 위해서는 결국 기다림과 반복이 필요한 것이다. 반복해서 가르쳐주고, 그것을 혼자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언젠가 사회로 돌아갈 날이 올 것이다. 그때도 나는 또다시 조급한 마음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후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신입을 보며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를 키우며 배운 점을 떠올릴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스스로 배우도록 기다리고, 작은 시도마다 박수를 보내는 마음. 이제 나는 그 마음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이전의 나라면 한숨을 쉬었겠지만, 그러한 마음으로 한 번 심호흡하고 다시 웃으려 한다. 그렇게 누구와 마주하든 조금은 여유로워지고, 실수와 반복 속에서도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간, 나는 이렇게 자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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