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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Jul 17. 2024

신위



시인이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에게 말의 행방을

물었으나


뻔한 말들을 손에 쥐고

각자인 말들을 호두알처럼

굴리다가


돌을 걷고 흙을 파내

관을 내리고

말을 묻었다


영면하소서


말 쥐었던 손으로

흙 묻은 무릎을 털어

무덤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말 있던 자리

흰 종이 얇게 접어

신위 神位, 두 글자

불씨 붙여 위로 띄운다


흙 묻은 손 재 묻은 손톱

시인에게 답해줄 말이

이 어디쯤

묻어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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