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주 Oct 31. 2024

반장 회의

작은 녀석이 어젯밤

    내일 반장 회의야. 학교 일찍 가야돼. 두 번 깨워줘. 6시 40분에 1차, 6시 50분에 2차. 안 일어나도 끝까지 깨워야돼. 나 내일 학교 일찍 갈 거야.

결연했으므로 우리는 엄중히 아침을 약속했다.


진작에 일어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고 명리학 책을 열어 木과 土에 밑줄을 긋고 신문을 스크랩하고 작년에 도착한 건강검진 결과지를 뜯어 새삼스레 훑어보고 아무리 기다려도 산책할 만큼의 빛을 내주지 않는 캄캄한 하늘을 노려보며 요가를 했다. 앗차, 우리의 약속!

    동그라미야,

6시 43분. 어린이는 밤사이 결연함을 깜빡하고 동그랗게 잠에 들어 가만히.

    동그라미씨?

6시 50분. 아무리 일찍이어도 이렇게 서둘러 일어나야 할 것 같진 않지만 엄중히 약속하였으므로

    있지, 오늘 반장 회의야.


열한 살 여섯 명의 반장들은 오늘 아침 머리를 맞대고 무슨 회의를 했을까. 한 분쯤은 뒤통수에 새집 얹혀있었을까. 그래도 아침바람 묻은 뺨들이 싱그러웠겠지? 산책하는 척 구경가보고픈 반장 회의.  


작가의 이전글 굿나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