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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Aug 17. 2023

(D-68)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정말 그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제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러닝화를 구경했다.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일하는 척하면서. 

양심도 찔리고 옆자리 동료 눈치도 보였지만 클릭을 멈출 수 없었다. 신세계. 이것이 바로 요즘 가장 핫한 재질이라느니, 아치형 바닥이 어떻다느니, 230g밖에 안 나간다느니. 와. 여긴 아주 다른 세상이군요!


혼자 동네 구석이나 뛸 거라 달리기에 돈 들일 생각도 없었고, 러닝화인 줄 모르고 산 러닝화가 있기도 하다. 한데... 어쩐지 오른쪽 무릎이 아픈 것도, 엉덩이가 자꾸 뒤로 빠지는 것도, 상체의 무게중심이 아래로 처지는 것도, 팔이 옆으로 흔들리는 것도, 숨소리가 큰 것도, 그냥 내 달리기가 이상한 게 전부 다 러닝화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러닝화만 인체공학적으로, 첨단소재로  만든 녀석으로 바꾸면 그 모든 게 말끔히 해결될 것만 같은 느낌? 5km는 너끈히 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일 안 하고 러닝화 탐색에 푹 빠져버린 까닭이...


아무래도... 사야겠지? 이거 안 사면 며칠이고 일 안 하고 운동화만 들여다보고 있겠지? 그럴 순 없잖아. 회사에서 그러면 안 되지. 그래, 어쩔 수가 없네. 사는 수밖에.


새신을 신고 빨리 뛰고 싶다. 동네바닥을 마구마구 뛰어다니고 싶다. 통통 쌩쌩 신나게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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