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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Dec 17. 2023

뻔뻔함 버리는 마음


앞으로 8일.

마흔이어서, 돈도 벌어서 조금 뻔뻔하지만 산타 할아버지에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할 생각이다. 선물을 달라고, 내 소원을 들어달라고.   



산타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얼추 삼십오년쯤 된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고 좋네요. 


요즘 할아버지는 어떤 소망을 품고 사세요? 온 세상 아이들이 멋진 꿈을 꾸는 것? 그 꿈을 모두 으쌰으쌰 북돋아 주는 것? 아니, 그저 그들이 떨어지는 폭탄에 죽지 않는 것?


저는 좁기도 하고 크기도 한 소망을 간절히 바라며 살고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거라서 어디 가 뽐내긴 그렇고, 그렇지만 어찌보면 또 사회적이기도 하고.  


할아버지. 저 일 그만 두고 싶어요. 월급 잘 받는 이 일 그만 두고 돈벌이 기약없는 책방 일 하고 싶어요. 

책방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아주 많아요. 평범한 독서모임도 하고 싶고요, 낭독 독서모임, 영어책 독서모임, 필사 독서모임, 그림책 독서모임, 시집 독서모임도 하고 싶어요. 글쓰기 모임도 하고 싶은데요, 어르신 글쓰기, 어린이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이주민 글쓰기, 은퇴자 글쓰기, 장애인 글쓰기, 구술 글쓰기 다 해보고 싶어요. 내 책 만들기 프로젝트도 하고 싶고, 동네 매거진도 만들고 싶고, 독서캠프랑 글쓰기 캠프도 하고 싶고... 

작당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아니, 작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헤벌쭉, 입이 귀에 걸려요. 

일을 끝내고 책방에 와 있으면, 주말에 책방에 와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세상 평화가 제 안에 있어요. 심지어 돈도 벌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받는 월급만큼은 아니겠지만요... 그게 문제죠. 갚아야 할 돈이 많거든요. 


할아버지, 그래서 제 소원은요, 제가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요, 로또 1등 그런 거 아니고요, 사람들이 책 읽고 글 쓰는 데 돈을 척척 쓰는 세상이 되는 거에요. 책방 해도 빚 갚을 수 있을 만큼 돈 벌 수 있게요. 

삼십오년 만에 비는 크리스마스 소원이니까 꼭 좀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100만명 서명이 필요하다면 해서 드릴게요! 

바쁘신 줄 알지만 꼭 좀 챙겨주세요. 아셨죠?????

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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