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주 Jan 10. 2024

집으로_책 읽는 마음

『무엇이든 가능하다』




"정말이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 『무엇이든 가능하다』 264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꽂이 앞에 서 나란한 책등을 훑어보았다. 새해 첫 책. 모처럼 편안한 책을 읽고 싶었다. 안락하고 안전한 책.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한 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독서모임 책들도 기쁜 마음으로 읽고 있고, 글쓰기 모임을 위한 글쓰기 책도 유익하게 읽고 있으며, 주식투자 책도 밑줄 그어가며 읽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마다 어쩜 이리 반짝이는지 글 잘 쓰는 작가들의 에세이도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읽고 있는 데다, 큰 사람으로 자라고픈 소망으로 인문서도 종종 진지하게 읽고 있지만, 

어김없이 때가 되면, 그 많은 책 사이를 즐겁게 헤집고 다니다가도 때가 되면 좋은 '이야기'를 찾아 책꽂이 앞에 선다. 


 

아홉 가지 단편이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무엇이든 가능하다』.  


베트남 전쟁 참전은 찰리 매콜리의 삶을 훼손했다. 마을로, 가족에게로 돌아온 그에게는 미처 가져오지 못한 혹은 유린된 '무엇'이 부재했다. 


그는 갈망한다. 가족과 함께 사는 곳도, 유년시절의 집도 아닌,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깜짝 놀라 커다래진 눈으로 문장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숱하게 되뇌지 않았던가. 일에 휘둘릴 때, 사람에 지쳤을 때, 한껏 벼린 날로 스스로 그을 때 그리하여 존재하였던 것들이 제자리에 있지 아니할 때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집으로 가고파 서럽곤 하였다. 


아홉 단편 속 인물들은 부존재를 안은 채, 어쩌면 그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해 곁의 누군가로 이어진다. 집으로 가는 길에 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망쳐진 건 아니라는 사실을 언뜻 비추어줄 그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어가는 시간이. 다음 때가 되면 어떤 이야기로 돌아가게 될지.



작가의 이전글 목숨 버리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