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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Jan 11. 2024

용감하게 사랑하는 마음_책 읽는 마음

『겨울의 언어』



'텍스트가 길러낸 자식'


김겨울은 자신을 정확히 보려는 사람이다. 계속해 죽고 태어나는 세포들로 이루어진 자기를 이야기한다. 차곡차곡 바꿔온 세포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그렇게 자신은 바뀌어왔다고, 자신이 자신을 향해 착실히 항해해 왔다고. 

그를 이루며 죽고 산 것들은 순수와 결심의 세포들일 것이다. 순수와 결심을 배반의 관계로 여겨왔던 나에게 자, 보라고, 자신은 순수한 것을 소중히 여겨 결심으로 그것을 지켜왔다고, 현실에 부닥친 결심을 지키기 위해 순수가 분연하였다고 말하는 사람.


그리하여 그는 용감한 사람이기도 하다. 뿌리내린 곳에 꽃을 피우는 대신 자신을 멀리 데려갈 수 있는 책을 읽으며 이곳이 전부가 아님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이가 쓴 글을 읽으면 뛰노는 아이들 따라 날갯짓하는 봄나비 마냥 내 몸짓이 가볍다. 항해자만이 해줄 수 있는 떠나도 괜찮다는 말은 그런 힘을 지닌다.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겨울은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계절일진대, 겨울을 소리 내어 부르는 사람에게 겨울의 혹독함이란 자신을 휩쓸어도 좋을 바람이다. 나는 제자리에 곧게 서서 거센 바람을 맞는 일을 생각하며 그럼에도 이것이 삶이라면 노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노래는 이따금 뚝뚝 끊기고 위태롭다. 그러나 겨울 속에서 기꺼이 노래하는 다른 사람들, 내가 책 속에서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삶의 노래는 이어진다."  6-7쪽


용감한 자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용감한 글을 소리 내 읽어보면 굳센 사랑이 느껴진다. 

삶(=자신)을 정확히 봄으로써 용기를 얻은 사람. 용감한 이가 됨으로써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김겨울의 글을 읽고 나면 내가 조금은 다부져진 마음이 드는 이유는 그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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