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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Jan 13. 2024

강인한 아름다움으로 묻는 질문

『단 한 사람』_ 책 읽는 마음




천자는 순응했다.

천자의 딸 미수는 잘하려 노력했고 그만큼 경멸했다. 

미수의 딸 목화는 까닭과 방법을 알아보고자 했다.

목화의 조카 루나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 넉 줄이 최진영이 훌륭히 써낸 『단 한 사람』의 줄거리. 

넉 줄의 문장에 기술되지 않은 '대상'은 네 명의 인물에게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존재.


두 그루의 나무 이야기가 담긴 프롤로그가 아름답다. 

화사한 눈부심 대신 단단하고 강력한 인상을 꽂아주는 것으로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는데, 강인한 아름다움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고 그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순의 벼락처럼 깨닫게 된다.

 


나무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사람 이야기였다. 미수는 '소환'으로, 목화는 '중개'라 부르는 기이한 일을 천자로부터 루나까지 4대의 모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다. 


"사람의 탄생이란,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사랑의 시작 또한,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139쪽


소환이자 중개는 비현실적이고 불합리, 부정의하며 거부할 수 없고 타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을 닮았는가?

'단 한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면?' 이란 질문은 어느 곳에선가 뿌리째 뽑혀 삶이라는 다급하고 막막한 곳에 내던져진 나의 生에 대한 대답과 닮았다. 딛고 살아온 땅에서 뿌리째 뽑혀 그에게 달려가고픈 마음과 닮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천자와 미수와 목화와 루나가, 아니 우리 각자가, 삶과 생, 죽음과 운명을 대하는 태도를 묻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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