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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Mar 10. 2024

주말을 버리는 마음

버리는 마음


설렌다. 작별. 

안녕, 고대했던 나의 주말이여. 이 밤만 지나면 이제 끝. 

한동안 만나지 말자. 그래. 이런 식이라면 우리, 오래도록 평일에 머무는 게 낫겠어. 주말, 나의 그대.


고되었던 월화수목금을 보내고 맞은 토요일.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밀고 나가는 주중이 몇 주째 이어져 피곤했다. 반항하고 싶었다. 딱히 어디를 향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야 될 거 같았고 비뚤어지고 싶었다. 

새벽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과자를 마구 먹었다. 점심으로 햄버거에 감자튀김을 먹었고, 먹자마자 누워 잠을 잤다. 갑자기 일어나 빵을 먹고 또 누웠다. 졸다 뒹굴다 답답해 밖으로 나가 빙수와 토스트와 호떡을 먹었다. 이때부터 배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왜 이렇게 먹고 누웠을까, 희한하네' 정도로 생각했지 후회하지는 않았다, 이 때까지는. 

기름진 호떡을 먹지 않았다면 집에 가서 김치찌개를 또 먹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까? 뇌 작동에 이상이 있었던 건지 호르몬 균형에 문제가 생겼던 건지 밥에 김치찌개를 먹어버리고는 목구멍으로 음식이 되넘어 올까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소화제를 먹고 어렵게 끝마친 토요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평일보다 고되었던 토요일이었던 지라 일요일 새벽에도 뛰지 못했다. 4주치 주말 분을 먹었으니 양껏 달려줬어야 했는데 밤새 과로한 소화기관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거렸고 두통 때문에 누워서 또 아침을...

오전 중반쯤 되자 어제 먹은 것들이 조금씩 소화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구마를 먹었다. 왜! 왜 또 먹었단 말인가! 평일에는 먹지 않는 아침을 왜, 왜 자꾸 먹느냔 말이다! 

축 늘어진 위가 창백해졌다. 위 눈치를 보며 따라 누웠다. 지금이라도 달리러 나가볼까, 사람이라면 좀 움직여야되지 않을까, 갈등하며 시간을 얼마나 보냈을까. 점심 먹자는 어린이 친구 말에 시계를 보니 2시. 끼니 좀 거르면 어때... 그렇게 많이 넣었는데, 왜 또 칼국수를 먹냐고 왜 또... 면이 올라오는 거 같잖아. 이제 그만 먹어야 한다고.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해. 위가, 위가 위험하단 말이야!

4시, 나는 맥주를 마셨다. 오징어땅콩과 함께. 이제는 미친 거다. 눕고 싶었지만 몸이 조금만 기울어도 목구멍으로 뭔가가 넘어왔다. 머리가 몹시 아팠다. 어, 제발 아파야지. 내 머리가 제 상태에서 내가 이랬다고는 믿고 싶지 않아. 나 이런 주말, 쌓아놓고 준대도 싫어. 정말 싫어. 미쳤었나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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