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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Jul 03. 2024

보이스 노트 20

만 13세


아들 영철이 집을 나간 후 영철이의 엄마 보미는 하루에도 여러 번 기절했다. 보미는 경찰서에 가서 울부짖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만 했다. 보미는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춘재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될 대로 되라며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보미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본인마저 무너질 순 없었다. 영철이가 돌아오기 전 한 달 동안 보미는 미친 듯이 영철이를 찾으러 다녔다.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데 살 수 없다며, 물조차 안 마시려 들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쓰러진 보미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간병인을 불렀다. 춘재는 아들을 찾기 위해 학교, 영철이의 친구, 같이 다닌 아이, 소식 아는 사람 등 조금이라도 영철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묻고 다녔다. 춘재는 아들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친구가 없었고, 동네 친하게 지내는 아이조차 없었다. 다들 이상한 아이, 재석의 따까리 정도로만 기억했다. 재석이와 그 똘마니들이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 하는 아이가 바로 아들 영철이었다. 아이의 행방을 쫓아갔다. 아들이 다닌다고 했거나 아들을 목격했다는 스터디카페, 학원, 편의점, 피시방 등 이 모든 곳을 다 뒤졌다. 재석이라는 아이는 학교폭력을 심각하게 저지른 후 학교를 무단으로 안 나온 지 벌써 40일째라고 했다. 영철이가 집 나간 지 30일 정도 되니 재석이란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아닐까? 재석이란 아이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에 갑자기 4명 정도의 남자가 춘재의 입을 막고 양팔을 잡아 골목길에 끌고 들어갔다. 그 길에는 빌라를 신축하는 공사 현장이 있었는데, 그 안에 끌고 들어가서 춘재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춘재를 미친 듯이 때렸다. 몇 시간을 때렸을까? 그들은 지쳤는지 영철에게 질문했다.
“너 누구야? 너 뭐야? 경찰이야? 네가 뭔데 우리 캐고 다녀?”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집 나간 아들 찾고 있어요. 혹시 영철이라고 아십니까? 중학교 1학년이고요, 13살입니다.”
“진짜야?”
“네. 제 지갑 안에 사진 있어요. 잠시만요.”
지갑을 꺼내려고 하는데 손이 춘재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온몸이 마비된 것 같다. 손도 부러진 것 같다. 그나마 상태 괜찮은 왼쪽 손으로 힘겹게 지갑을 꺼내 펼쳤다.
“요렇게 생겼어요. 저는 이 아이만 찾으면 됩니다. 저는 경찰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 아이 아빠입니다. 애들 엄마가 애가 집 나간 뒤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가요. 제발 소식 알면 알려주세요. 혹시 아시나요?”
“몰라. 이 새끼야” 계속 때린다. 핏물이 느껴지고 눈, 코, 입, 귀 등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나온다. 혀에 물컹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입안에는 피 냄새로 가득하다. 아 이것이 피 맛이구나.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 때리던 그 조직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이제 그만해.”
일제히 춘재를 때리던 남자들은 폭력을 멈추었다.
“야, 너 앞으로 니 새끼랑 너, 우리에 대해 나불거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거야. 너 영철이 새끼 때문에 사는 줄 알아. 근데 그전에 네가 우리에게 뭔가 해줘야 해”
“영철이를 아시나요? 혹시 영철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 어디 있나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죽을 때까지 아니 무덤가서도 비밀로 할게요. 시키는 것 모두 다 할게요. 하겠습니다. 영철이 때문에 지금 부인이 죽어가요.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가 시키는 대로 군말 않고 다 할 수 있어?”
“그럼요.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발 영철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영철이는 놓아주세요. 대신 제가 다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좋아, 네 아들이 뭐 하는지 알아? 네 아들은 마약 중독자 되었어. 그리고 너희 아들은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원이잖아. 어때? 네 아들 멋지지? 크크”
춘재는 너무 놀랐지만, 아들이 여기서 나가는 게 먼저이다.
“제 아들 어디 있나요? 제발 보내주세요. 엄마에게 가게 해 주세요.”
“알았어. 영철 그 새끼 집으로 보내.”
“아,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키는 대로 무조건 다 하겠습니다.”

갑자기 그들이 영철을 풀어주었다. 창고 같은 곳에서 끌고 차 태우더니 어딘가로 데리고 갔다. 자기를 죽이라고 소리쳤지만, 영철은 죽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본인을 죽이러 어디 산속에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차는 영철이의 집을 향했다. 부모님을 찾아가서 본인 보는 앞에서 해코지를 하나 싶어 무서워서 오줌을 지렸다. 영철은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0분쯤 후 집 앞에 도착하더니 말했다.
“야, 너 여기 일 다 잊어. 이 세상 일 다 잊고 마약도 손을 떼. 그냥 착하게 살아. 마약 우리에 대해 한 마디라도 누군가에게 벙긋했다가는 일가족 사망사건 뉴스에 난다. 다시는 보지 말자. 다시 보게 되면 넌 우리 손에 죽을 거야. 얼른 가.”
인사는커녕 실화인지 놀란 영철이는 집으로 뛰어갔다. 침대에 누워 울고 있던 엄마 보미는 문이 열리더니 “엄마”라고 외치며 우는 아들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한바탕 이산가족 상봉 드라마를 찍으며 부둥켜안고 울던 두 사람은 거실에 이불을 깔았다. 제일 안전한 장소 같아서였다. 둘이 함께 누웠다. 밤늦게 춘재의 전화가 왔다. 아들 찾으러 너무 멀리 와서 오늘 못 가고 내일 돌아간다고. 아들이 왔다고 보미가 말하자 몇 초간 아무 말이 없더니 흐느낀다. 춘재는 다행이라면서 울기만 했다. 아들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보미는 영철이의 손을 꼭 잡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13살에 이런 일, 이런 세상을 알게 되어 무섭고 두려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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