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ppysmilewriter Aug 28. 2024
폭풍 속 회오리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어느덧 H는 경력이 많은 교사가 되었다. 교직경력 초반에 비해 안정적이 되었고, 열정이나 노력도 H의 내면 깊숙한 데에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보여줄 수 있는 교사가 되었다. 그러다 매너리즘에 빠지고 적당한 수업, 욕먹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담임역할이나 업무를 하게 되었다. 스스로 학생이나 학부모, 동료 교사에게 상처를 받지 않는 튼튼한 마음근육을 가진 중견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충격적인 일을 만났다. 어떤 해에 전체 그 학년 분위기가 거칠고 반항적인 아이들이 많아 학년 선생님들 모두 무사히 1년만 지내자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 해는 체험학습으로 교관 있는 곳에 갔는데, 애들이 자꾸 반항해서 교관이 본인들 도저히 못하겠다고, 이 학교 아이들 같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한 적도 있었다. H가 반항하는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0의 담임교사라 0을 따로 불러 10분간 대화를 나누고 달래서 겨우 진정시켰다. 또 놀이공원을 갔는데 본인들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공업고등학교 형과 싸워 H가 중재시킨 경우도 있었다. 뭔가를 하라고 하면 '왜 해야 하냐고' 버티는 아이도 있어, H가 마음먹고 크게 야단친 적도 있었다. 왜 이렇게 올 한 해가 지나가지 않는 것인지 동료 선생님들은 한탄하며 지냈었다. 그 외에도 이 아이들은 1년 내내 여러 사건들로 H를 마음 불편하게 만들어주었다. 1년이 지나 드디어 그 애들이 졸업하는 날이 왔다. 미운 정도 정이었다. H는 그들이 졸업하는 날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섭섭한 마음이 가득 들어 당황했다. 졸업식 날 그 애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칠판에 명언을 찾아 적어 놓았다. 전 날 1년 동안 함께 했던 여러 날들에 대한 사진을 모아 영상으로 제작하면서 H는 울컥했다. 마음으로 그들에게 더 잘해주고 더 잘 이끌어주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졸업식을 교실 TV로 방영한 후 개별 시간을 갖고 졸업장 등을 주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공식적인 졸업식 행사가 끝난 후 H는 동영상을 틀어주고, 그들의 앞날을 격려하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뒤 한 명 한 명씩 불러 졸업장을 수여하려는데, 갑자기 교실 앞문이 열리면서 반아이 10명이 케이크와 꽃, 선물을 들고 들어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실에 있던 나머지 아이들 전부 일어나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깜짝 놀란 H는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눈물이 났다. H는 노래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별하는 연인이 상대방을 응원하는 내용의 가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내내 H는 울었다. 노래 부르던 아이들도 울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언제 준비했는지, 텔레비전 화면에 우리 반 아이들이 나왔다. 졸업식 하기 전에 미리 찍어놓은 영상이었다. H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일이 하고 사랑한다고 하는 우리 반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담겨있었고, 마지막에 반아이들 전체가 사랑한다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언제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안무를 맞추고 노래를 익히려면 시간이 좀 걸렸을 것이다. 마지막 영상에는 반 아이들 전체가 H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외쳤다. 더 이상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H는 흐느껴 울었다. 아이들과 일일이 안고 졸업축하의 말과 응원의 말을 하며 보냈다. 아니 H가 먼저 자리를 떴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과 함께 했는데, 1년 동안 그걸 잘 못 느끼고 힘들어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아이들과의 만남은 H의 교사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교사로서 그냥 시간을 보내고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서로 바라보며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H는 그날 일기장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모든 사람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아름답다. 나는 나라는 것을 알고 자신이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이므로 본인이 알고 있는 방법 중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교사로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자신의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꺼내서 펼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 '
H는 그 뒤로 학교에서 힘들고 지친 일들을 겪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각각의 소중함에 대해서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