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무리는 P에게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하고. 어깨빵으로 밀쳤다. 화장실에 있는 데, 칸막이 위로 물을 끼얹기도 했다. 놀란 P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으나, 밖에서 O무리가 못나오게 막으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P는 몇 번 문을 밀쳐 나가려고 시도하다 포기했다. 그 애들이 본인 놀리는 것이 지루해질 순간을 기다렸다. 1분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화장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밖으로 나와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았다. 다 젖은 머리와 얼굴, 몸을 바라보니 너무나 초라했다. 세면대에 마른 수건 하나가 놓여져있었다. O무리가 두고 간 것인지 우연히 있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수건으로 젖은 옷을 닦고 머리와 얼굴을 정리하고 교실에 가니 문이 잠겨있다. P는 시간표가 변경되거나 강의실이 바뀐 걸 몰랐는데, 반 아이들 중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20분을 헤맸다. 복도를 헤매며 바뀐 수업 교실을 찾고 있는데, 우연히 담임샘을 만나 변경된 컴퓨터실에 간 적도 있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다른 학교 친구까지 연락왔다. 그 학교 누구 건드리지 말라고. 왜 함부로 말을 지껄이고 다니냐고. 손봐주겠다고 했다. 그 날 말이 없고 조용해서 있는지도 잘 몰랐던 A친구가 하교길에 다가왔다. P와 A의 눈이 마주쳤다. A에 대해 P가 기억나는 건 말이 전혀 없고 조용한 아이라는 것이었다.
“너 괜찮아?”
“...”
“아까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 알고 있었는데, 너 못도와줘서 미안해. 나도 용기가 없어서 O무리가 가길 복도에서 기다렸다 들어가서 수건을 세면대에 두었어. 아직 네가 갖혀있던 화장실 문을 열고 얼른 나왔어. 그런데 시간표 변경된 것을 네가 모르는 줄 몰랐어. 네가 젖은 몸 정리하고 온다고 생각하고 선생님께서 너의 소식 묻길래, 화장실에 있다고 내가 말했어.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10분 지나도 네가 오지 않잖아. 너무 걱정했어. 교과 선생님께는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와서 화장실에 갔어. 없더라. 교실에 갔나 해서 가봤지만 네가 없었어. 너무 걱정되어 담임선생님께 갔어. 네가 쉬는 시간 다른 선생님 심부름 한다고 나가있어서 바뀐 수업교실 모를 텐데, 교실에도 없고 화장실에 없다구. 네가 교실찾아 헤매고 있을 거라 했어.”
“네가 수건, 수업 등 도와줬구나. 고마워.”
평소 학교에서 말 한마디 한 적 없는 것 같이 보이던 A의 폭풍같이 나오는 말에 P는 놀랐다. P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지만, 내심 A가 이렇게 말을 잘할 줄 아는 아이였나 신기한 마음이 더 컸다.
“너 이런 일 당할 이유없어. 너 애들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니?”
“아니, 이유를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지만, 주변애들이 쪽지 등으로 내게 욕을 적어놓은 글 모아 보니 대충 그 애들이 나를 뒷담화하는 아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알아. 난 나쁜 말 전혀 한적이 없고, 오히려 그 애들에게 잘해주기만 했으니 곧 오해는 풀릴 것 같았어. 그냥 조용히 기다렸는데, 자세히 얘기해주는 친구도 없고 괴롭히는 정도가 너무 심해져.”
“너 너무 답답하다. 그 애들이 괴롭힐 때 신고하거나 맞짱이라도 뜨지 그랬니? 네가 참기만 하니까 정도가 더 심해지잖아.”
“신고한다고 일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어. 항상 결론은 그 애들이 처벌을 받게 되면 나를 더 괴롭히게 될 것 같았어. 처벌까지 아니라 사과정도로 마무리되더라도 그 애들의 진심은 아니잖아. 예전처럼 그 무리의 일원으로 나를 넣어줄 것 같지는 않았어. 그냥 그 애들이 놀리고 괴롭히다가 진빠져서 그만두기만을 기다렸어.”
“야, 그 애들이 그만둘 것 같아? 강도만 더 세질거야.”
“그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몰라서 신고하기도 애매해.”
“무슨 소리야? 네 물건 뺏고, 네 욕을 하고 너를 가두고 물뿌리고 어깨빵 등 폭력까지 쓰잖아. 당연히 신고해야지. 내가 너 불쌍하고 답답해서 말해줄게. 네가 친하게 지내던 O무리 중 3명이 시작한 일이야. O무리들 3명과 나 혼자 점심시간에 있었던 적 있어. 그 중 T가 요즘 네가 공부 좀 한다고 건방지고 재수없다고 했어. 다른 애들도 동조하며 네가 T의 남자친구에게 실실 웃으며 꼬리도 치고, 수업 중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잘난 척 하는 게 너무 짜증난다고 했지. 그때 네가 초등학생때부터 가족끼리 오가고 친하게 지냈다던 R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O무리 3명의 이야기를 들었나봐. R이 들어오면서 네가 다른 친구들에게 O무리가 무식하고 멍청하다고 뒷담화했다고 전했어. 흥분한 R이 열받아서 너를 짓밟자고 하더라. 본인이 하는 대로 따라오라고. 너를 혼내줘야겠다고 했어.”
“뭐?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 애들이 하자는 대로 다하고, 그 애들의 말을 다 들어주기만 했지 내가 욕한적 없어. 그리고 T의 남자친구에게 꼬리친 적 없어. 관심도 없다고.”
“나도 평소 너의 모습보며 네가 그럴 리 없을 거라 생각했어. 그 동안 못본 체 하다가 네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말해주는 거야. 교실에 내가 분명히 있었는데, 그 애들은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더라. 내내 너를 괴롭힐 계획만 짜더라구. 내가 일찍 말했으면, 네가 대비했을 수도 있는데 미안해.”
P는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 화도 나지 않았다. 어이가 없었다. P가 잘하든 못하든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 같았다. A가 지금이라도 선생님께 신고를 하자고 했다. 앞으로 본인이 사죄의 의미로 P 곁에서 신고와 그 애들 처벌을 돕겠다고 했다. P는 신고한 이후 자신에게 닥칠 일을 상상해보았다. 아무래도 그 애들을 상대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냥 전학가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부모님께 말하는 게 어려웠다. 다음 날이 수학여행이었다. P는 먼저 졸업여행부터 가지 않고 부모님께 전학을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