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반

H와 P 2

by happysmilewriter

P는 H와 인상적인 만남을 한 이후 바쁜 학기초를 보냈다. 첫째주에 반에서 실장, 부실장같은 학급 임원도 뽑고, 선거 다음날 체험활동을 함께 할 모둠을 정하고, 함께 먹을 식사의 식단, 야영에 필요한 준비물 의논 등을 해서 준비계획을 짰다. 아직 서로 서먹서먹한지 학생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모둠이 정해지고 있었다. 부모동행체험학습을 간 P에게 누군가가 전화해 같이 모둠하자고 해서 학교에 못 온 P도 모둠이 정해졌다. 실장이 마지막에 모둠에 들어가지 못한 B의 모둠 배정을 하고 있었다. B의 배정에서 잡음이 들려왔다. 아이들이 전부 B를 안받으려고 하는 분위기였다. B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저런 애랑 같이 가는 건 너무 싫어. 체험은 즐거우라고 하는 건데 왜 싫어하는 애랑 억지로 같이 가야 되지?'
'저 애 다른 모둠 가거나 참가 안 하면 안 되나? 눈치도 없나?'
H는 결국 각 모듬의 조장을 불렀다. 조장들이 이야기를 했다. 본인들의 마지막 중학교 처음 활동이고 우리가 돈을 내서 하는 활동인데 굳이 이렇게 좋은 날 마음이 잘 안 맞고 안 친한 친구랑 굳이 같은 모둠으로 억지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H는 조장들을 설득하다가 난감한지 나중에는 따로 1대 1로 불러 부탁했다.
"너희들 마음은 알겠지만, 체험이 4명으로 정해져서 같이 다니는 활동이니 우리 반에 1명만 혼자 체험을 할 수 없어. 혹시 P가 아이들에게 특별히 잘못한 일이 있니? 싸웠어?"
"그냥 친구로서 안 친하고 안 맞아요. 하루 종일 다니는 같이 다니는 건데 안 맞는 친구랑 다니는 것도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한 번 생각해 보라고만 하고 보냈다. 그 애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터라 H는 마음이 참 속상하다
다음 날 풀 죽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B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그냥 같은 모둠에 B를 넣으라고 부탁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험활동이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체험 활동이 항상 순조로울 순 없으나 매해 지나갈수록 아이들의 개인주의 성향탓인지 공감이라는 것이 강조되어야 할 만큼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회탓인지, 코로나19로 인해 함께하는 체험의 소중함을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탓인지 각자의 마음의 감정의 생채기가 더 커지고 있다.
무리에 끼지 못한 아이나 무리에서 계속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 나서서 모둠의 주장을 이끌어갔던 아이들 모두 마음이 개운하지 못하다. 어떤 경우에는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체험활동 때 속마음이 드러날 때도 있다. 혼자 남겨진 B는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친구들이 자신을 무척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숙였다.
'저는 저 애들이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아이들의 마음을 들을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깝다. 학창시절 즐거운 일이 많아야 할 10대 나이에 친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조차 자기를 싫어하는 모습에서 상처를 받고 본인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다니! H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해결하기 참 힘든 문제가 친구 문제인 것 같다. 교직 생활 20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었지만 친구 문제가 제일 크다. 그때 부모동행체험학습을 하루 다녀온 P가 와서 상황에 대해 들었는지, H를 찾아왔다.
“선생님, B의 모둠이 정해졌나요?”
“아니.”
“그럼 우리 모둠에 B를 배정해도 될까요? B가 괜찮다면요?”
“정말? 모둠원끼리 합의가 되었니?”
“사실 처음에는 애들이 꺼려했지만, 제가 설득했어요. B의 장점에 대해 10개 정도 말하며 우리 모둠에 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계속 말했더니 아이들도 오케이했어요. 그리고 제가 며칠 봤더니 B는 말이 없을 뿐이지 착한 아이라서 분명 아이들도 B를 알게 되면 좋아할 거에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선생님, 중학교때 저 B가 받은 상처를 똑같이 아니 더 심하게 받아받거든요. 제 기준에는요. 저 그 때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보잘 것 없이 느껴지고 매일이 힘겹게만 느껴졌어요. 가족여행으로 학교빠진 날 모둠구성하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누구보다 B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졌거든요. 그래서 우리 모둠을 잘 설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어른도 타인을 생각하는 게 잘 안되는 이가 무척 많은데, 넌 어쩜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니?”
“저 아주 심각한 왕따였어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한 적도 있었구요.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저를 보고 있는 사람이있더라구요. 누군가가 나를 못 도와주어 미안해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어요. 아무도 제게 관심도 없고, 제가 고통당하기만 바랄 거라 생각했는데...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저를 안타까워하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어떤 식으로 도와야 하는지 모르고, 다수의 분위기 때문에 입을 닫고 있었던 것도요.”
“와 그런 일을 무덤덤하게 얘기하는 거 놀라운데? 선생님같으면 헤어나오기 힘들었을텐데 우리 P, 너무 멋지구나. 어른인 내가 너에게 배워야겠어.”
“아이 뭘요. 부끄러운데요. 그런데 B는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도울께요.”
씨익 웃으며 말하는 P를 보며, H는 감동했다. 2월 P반 담임을 맡게 되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받은 P의 그 전 담임 선생님의 전화에 H는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을 P는 잊고 싶어 할테니 모르는 척 해야 하지만, 앞으로 P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그랬던 P가 학급에서 소외된 아이를 보듬는 역할을 하다니. H는 P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모둠 구성은 강제로 할 수도 없고, 해결도 잘 안되는 데 나서서 B를 도와주는 P에게 무척 고마웠다. 고등학생이 이렇게 타인에 대해 깊이 배려하고 세심하게 살핀다는 것이 놀라웠다. 힘들게 모둠이 구성되었지만 체험활동은 무사히 끝이 났다. 아이들은 비오는 날 빗물이 냄비에 들어갈까봐 단합되어 라면을 끓이고 텐트안에서 진실게임도 하는 등 재미있게 지냈다. B를 계속 살폈는데, 모둠원과 함께 하며 미소짓는 모습을 보며 H는 행복했다. 교직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P가 B일을 계기로 자신의 과거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므로, 책빌려주고 책이야기를 나눈다는 핑계로 P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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