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ppysmilewriter
Mar 07. 2024
브런치3
아라가 정원의 연못 다음으로 좋아했던 장소가 있다. 장미꽃이 가득 핀 화단이다. 장미꽃 자체도 예쁘고 아름답지만, 꽃잎을 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이와 아라는 비가 온 후 비의 힘에 눌려 떨어진 장미꽃 한 잎 한 잎 주웠다. 줍다 보니 너무 많이 주워 들고 갈 수가 없었다. 입고 있던 티셔츠에 담았다. 장미꽃이 가득 놓인 윗옷을 두 손으로 잡은 채 교실로 왔다. 친구들은 왜 비 맞으면서 꽃잎 줍냐고, 미친 사람 같다며 놀렸지만 우린 굴하지 않고 장미꽃 한 잎 한 잎을 수건이나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았다. 두꺼운 책, 잘 안 펼치는 책을 꺼내 그 안에 꽃잎을 하나씩 넣었다. 책이나 자습서, 문제집 등 여기저기 사이에 넣어두었던 꽃잎이 마른 채 발견되었다. 수업하는 중간 책을 뒤적이다 말린 장미꽃잎을 발견할 때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고 조심스럽게 말려진 꽃잎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반의 여러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주곤 했다. 검붉은 빛의 장미와 그 위에 연필로 쓴 색이 묘하게 잘 어울려 멋진 엽서가 되었다. 수업 중간 다른 친구들에게 전달했다. 이 친구에서 저 친구로 내가 쓴 장미꽃잎 엽서는 전달되고, 수업 중 그걸 읽은 친구의 표정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마움의 눈짓을 했다. 그 친구는 쪽지로 답장했다.
‘농땡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은 행동을 했지만, 선생님들은 한 번도 지적하지 않으셨다. 아라는 가을 내내 마른 꽃잎을 발견하고는 장미꽃잎 엽서를 썼다.
<<아라의 40대 후반>>
아라는 본인의 어린 시절, 10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그때의 자신,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그리웠다. 아라의 좋은 점 하나는 매일 매일 다시 ‘나’와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아라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바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 그 자체이다. 아라는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아라는 정성을 다하여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자각할 때의 뿌듯함을 좋아한다. 잘하지 못해도 배우는 행위 그 자체를 사랑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을 다시 재설계하게 하는 글 쓰는 행위도 좋아한다. 배움, 성장, 치열이라는 단어로 아름다운 삶이 펼쳐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라는 글 쓰는 것은 아라의 모든 힘을 강력하게 모으는 매개체가 된다고 믿는다. 글쓰기를 통해 위로, 기쁨, 행복, 위안, 힘, 재미를 얻는다. ‘감사’라는 단어가 주는 은은하지만 강력한 힘을 믿는다. 30대 후반에 사고가 생겨 아진이의 아빠가 갑자기 죽고, 아라는 아진이를 혼자 돌보며 돈을 벌어야 했다. 회사를 나와 어떤 부잣집에서 집안일을 해주며 돈을 벌었다.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아니라서 아진이를 돌보기에 좋은 직장이었다. 게다가 주인이 매달 돈을 넉넉하게 주었다. 좋은 곳에서 시간적 여유도 가지면서 일 할 수 있어서 아라는 매일 감사했다. 일하는 주인과 그 딸에게 성심성의껏 대했다. 아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엄마가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며 만사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퇴근 후 아진이를 만나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행복한 시간이다.
반대로 아라가 싫어하는 것은 나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은 주관적이지만, 아라는 그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한다.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나쁜 말이나 행동하면서 상처를 주는 사람을 싫어한다. 특히 의도된 나쁜 행동을 참지 못할 만큼 싫어한다. 아라는 타인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싫은 점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아라는 본인에게 중요하고 성장에 도움이 될 일이지만 초반 각오와 달리 점점 나태해지고 늘어지는 마음이 드는 순간을 싫어한다. 정확하게는 게을러지는 마음이 들어 제쳐놓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을 실행해서 손 놓아버리는 행위를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