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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21. 2024

겁 많은 경찰 6

경찰도 당할 수 있다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및 사기에 대해 언론을 통해 보고, 아는 분들이 당하는 것도 듣고 하면서 많이 단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당할 뻔했다는 사실이 허탈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하는 말이 대부분 "나도 모르게 손이 누르고 있고,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고 있었다"라고 했는데, 그 피해자들이 했던 말을 또 할 뻔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 세상이 참 무섭다고 생각했다.
경찰인 내가 이런 일을 당할뻔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속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주 만나던 친구모임만이 유일하게 나의 허물을 말할 수 있는 곳이다. 마침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던 날이 정기모임 있는 날이었다. 친구들에게 그날 당할 뻔한 우체국 등기 사건을 말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당한 또 다른 사례를 말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했다. 검찰이 연락이 와 도박에 명의 도용되었으니, 계좌를 동결해야 한다고 계좌 관련 정보를 알아내는 이, 해외 배송 관련, 카드 발급, 건강 검진 진단서 및 결과지, 지인 부고장 등으로 전화금융사기 당할 뻔했거나 당한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특히 계좌 관련 정보를 얻어 낸 사람은 다른 통장 없냐고까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 일을 당한 분은 여성분이었는데 남편이 모든 계좌나 돈을 관리해서 여성분 이름으로 된 통장에는 0원이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범이 계좌정보, 비밀번호, OTP 번호 정보 등 다 알아냈으나 0원이자 절망하고 다른 계좌 없냐고까지 물었다고 한다. 그제야 그 여성분은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익광고로 하루에도 여러 번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지 말자는 광고가 나오는 것 보면 엄청난 사람들이 당하는 것 같다. 은행에서는 돈 얼마 이상을 인출할 시 은행직원이 신고해야 한다고 한다. 직원이 돈의 출처를 묻고 낌새가 이상하며 신고하고 조사까지 들어온다. 얼마 전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상관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하는 은행 고객도 봤다.
세상에는 참 나쁜 이들이 많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우체국을 갔다. 등기 부칠 것이 몇 개 있었다. 우체국으로 운전해 가면서 웃음이 나왔다. 좀 전 우체국 등기 관련해서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었는데, 그 우체국에 가서 본인이 등기를 부친다.​​ 사기로 쉽게 돈 벌려는 나쁜 사람들이 꼭 벌 받기를 기원했다. 지구 밖으로 가라고 중얼거렸다. 이제 또 어떤 식으로 보이스피싱으로 쉽게 돈 벌려는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짤지 무섭다. 남을 해치는 나쁜 사람들이 무섭고 싫다.
등기부치는 일을 하고 난 후, 집에 왔더니 엄마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울고 있다. 무슨 일인지 통화내용을 듣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엄마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 엄마에게 빨리 통화를 끊으라는 신호를 했다. 엄마가 울면서 얘기했다.
“엄마, 무슨 일이야?”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고 나서 후기를 좋게 써서 올려주면 물건값도 돌려주고 수당까지 얹어주겠다잖아.”
“엄마, 바보야? 그런 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얼마나 잃었어? 계속 말해봐.”
“아니, 거의 매일 시키는 쿠0, G0 등이라고 하니 믿었지.”
“확인해보고 했어야지.”
“워낙 유명한 업체고, 우리 항상 물건 살 때 사용 후기를 살펴보고 참고하잖아. 나는 그냥 그런 일 하는 줄 알았어.”
“전화 같은 걸로 확인 안 해봤어?”
“해 봤지. 내 블로그로 리뷰알바 관련 댓글 남긴 번호로 전화해 봤어. 바로 00 관계자라고 했어. 작정하고 유명 00 인터넷 쇼핑몰을 사칭하니 내가 안 속고 배겨?”
“전화하니 뭐라 그래?”
"00 마켓플레이스라면서, 내 이름을 확인하잖아. 이번에 자기들과 새롭게 제휴된 신규 쇼핑몰에서 체험 상품 후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품을 보내줄 테니까 리뷰를 써주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어. “
”그래도 한번 더 확인해 보지 그랬어? "
”내가 마침 살 물건이기도 했고, 그 물건을 산 뒤 후기를 써주면 물건값에 수수료까지 얹어 돌려주겠다고 하니 단순하게 잘됐다고 생각했지 "
”의심가지 않았어? "
”후기량을 늘려 쇼핑몰에서 우선 검색이 되도록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했어. 난 쇼핑몰 리뷰가 다 나처럼 이런 아르바이트해서 순위가 올라간 건 줄 알았어. "
“그래서? 물건 사고, 리뷰 썼어?”
“응”
“그런데, 뭐가 문제야? 어떻게 당한 거야? 리뷰 썼는데 돈을 안주는 거야? 아니면 혹시 돈 부쳤어?”
“내가 관심을 보이자 문자로 인터넷 쇼핑몰 주소를 전송해 주길래, 구매 누르고 카드계산했어. 그런데 물품은 안 내고 돈만 챙겨 잠적했어. 전화하니 안 받아. 없는 번호래.”
“리뷰는 안 쓴 거지? 물건값 치렀는데, 물건이 안 왔다는 거 맞아?”
“리뷰도 썼어.”
“물건이 와야 리뷰 쓰는 거 아니야? 왜 먼저 썼어?”
“제품을 리뷰아르바이트 단 모집이 다 되면 나중에 일괄적으로 다 보낼 예정이니 리뷰를 먼저 써달래서 그냥 썼어. 내가 예전 사용했던 제품이어서 그거 생각해서 작성을 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물건이 안 와서 전화하니.”
“나에게 리뷰 아르바이트 부탁했던 글과 연락했던 모든 것 다 보여줘. 조사해 볼게.”
“액수는 얼마야?”
“그만 물어봐. 나 속상해. 난 얼마 안 되지만, 옆 집 00이네 엄마는 1천만 원 당했어.”
“뭐? 무슨 물건이길래 천만 원이나 당해? 대체 뭔데?”
엄마가 피해 본 금액은 150만 원이었다. 실제 물건은 배송되지 않았지만, 후기를 쓰면 물건값과 수수료가 포인트로 쌓였기에, 배달이 늦어지나 보다 생각하고 다른 물건을 계속 샀다고 했다.
엄마가 얘기했던 옆집 00 엄마는 주부로 부업거리를 찾다가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 문제는 당한 액수이다. 리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톡방이나 밴드톡방에 초대가 됐는데 물건 사고 후기를 쓰는데 참여한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듯한 분위기라, 많이 사야 했다고 한다. 팀으로 뭘 하라고 하니까 같이 사는 거고 해서 사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특히 팀장이 부추기고 몇 십 명 있는 톡방 사람들이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얼마어치 샀다는 말만 톡에 올려서 나만 안사면 우리 팀만 실적이 적게 되는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 한패였다. 처음에는 1, 2만 원대 상품이 대상이었으나 갈수록 물건이 비싸졌다한다. 피부마사지 회원권, 부산의 콘도 숙박권 등을 구입하다 보니 일주일 만에 모두 천만 원을 썼다. 옆집 00 엄마는 남편에게 말도 못 하고 매일 울면서 경찰에 찾아가서 하소연하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는 대출까지 받아 물건을 사라고 톡방 팀장이 말하기에 사기라고 의심했지만 그때는 이미 쇼핑몰은 없는 쇼핑몰이 되었고, 그동안 물건 사고 쌓였던 포인트도 모두 사라졌다.
F는 엄마와 옆집 00 엄마를 비롯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 피해는 없는지 팀장에게 조사계획을 보고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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