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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Oct 20. 2024

겁 많은 경찰 5

라이브카페에서 생긴 일


마트 마스크 아저씨 이후, 보이스피싱이나 사기당했다는 신고, 도둑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흐느끼거나 한탄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켜 질문하며 조서작성하는 것을 하루종일 하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쉴 틈이 없다. 하필이면 오늘이 저녁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산더미 같이 쌓인 일을 처리하고 못한 서류작성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야, 어디야? 약속시간 5분 지났어. 네가 바쁜 다해서 우리들이 너 근무하는 경찰서 근처에 약속장소 잡았구먼. 너무하네.”
“아, 나 지금 사무실 나갔어. 1분만 기다려.”
“야, 너 맨날 그러더라. 1분이라 해놓고 10분 기다리게 하고.”
“아, 이번에는 진짜야. 믿어.”
컴퓨터 끄기를 급히 누른 후 그대로 뛰어나왔다. 2층에서 뛰어내려 약속장소인 공원에 갔다. 오늘 모임인원들이 다 모여있었다. 나는 두 손을 겹쳐 기도자세를 취한 후 허리를 굽혀 굽신거린 상태로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외쳤다.
저녁 8시쯤 어디 갈까 열띤 의논을 했다. 한 명이 회사에서 음악 라이브카페란 곳을 처음으로 가봤는데, 노래를 중앙에서 부를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어서 무척 즐거웠단 얘기를 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근처에 있는 라이브카페에 가자고 했다.
예전 이런 곳이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해서 기웃거린 적도 있다. 그리고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하는 곳인지, 손님들이 나가서 노래를 하는 건지, 라이브라는 제목이 붙어져 있지만 명목뿐이고 노래를 틀어만 주는 곳인지 궁금했다.
한두 번 입구문의 투명한 부분으로 안을 들여다보며 분위기가 들어갈만한 곳인지 탐색했다. 잘 보이지 않아서 용기를 내며 들어가 보자 했지만 열고 몇 걸음 간 순간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뽕짝이 많이 섞인 트로트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노래에 맞춰 남과 여가 부둥켜안으며 부르스를 추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술을 많이 마신 건지 늘어져있었다. 같이 간 일행은 눈빛을 서로 교환하며 그 가게를 나왔다. 라이브카페는 우리가 갈 곳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10년 정도 흘렀다. 나이를 먹고 나니 라이브카페라는 곳에 대해 내가 오해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하필 우리가 호기심 때문에 들어간 그날은 단체 모임 손님들로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틀어졌고, 부부 거나 친밀한 그들은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는데, 우리가 중년의 일탈로 오해한 것이 아닐까? 란 생각도 한적 있다.
“K, 라이브카페 가본 적 있어?”
“응, 두세 번?”
“어떤 곳이야? 노래방 같은 곳이야?”
“아니, 엘피판이나 영상노래를 틀어주고 듣는 곳도 있고, 실제로 무대 같은 곳에 가서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어. 참 밴드나 가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어.”
“신기하네, 난 왜 한 번도 안 가봤을까? 이상한 곳은 아니구나.”
“사람 사는 이 세상에서 음악 즐기는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왜 그런 편견을 갖고 있어?”
“예전 친구들과 모임 하다 궁금해서 어떤 라이브카페에 가볼까 해서 2층 유리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봤어. 음. 안에 남녀 성인들이 안고 부르스를 추고 있는 거야. 이상하고 끈적한 분위기라 그 뒤로 라이브카페는 쳐다도 안 봤어.”
“네가 간 곳이 이상한 곳이었나 봐. 내가 가본 세 군데는 진짜 노래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어.”
K를 비롯한 대학 동기들이 향한 곳은 골프장 위에 있는 라이브카페였다. 4~5개 테이블이 있고, 우아한 매니저 두 분의 여성분이 주문 등을 받고 있었다. 앞에 기타 든 한 분이 노래 선곡에 따라 노래를 틀어주시거나 연주해 주셨다. 그곳은 가수가 노래하는 게 아닌 듯하고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테이블마다 돌아가면서.
우리가 들어가니 실장님인지 매니저분이 여러 테이블의 사이에 자리를 안내하셨다. 우리가 앉은 뒤편 테이블에 세 여자분, 남자 넷이 앉아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노래 잘하고 춤도 살짝 추는 모습이 노래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생각이 들어 손뼉 치며 호응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러 온 게 아니라 들으러 왔기에, 평소 내가 듣는 노래는 아니지만 예전 유행하던 가요라 클라이맥스 부분은 들은 것도 같은 노래여서 흥겨웠다.
2시간 내내 우리는 노래 한 곡 부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즐거웠다. 내가 아는 노래도 있고, 모르는 노래도 있었지만 그 노래를 부르는 이의 삶의 자세, 가치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등이 조금씩 엿보이는 듯해 집중하며 들었다.
노래 부르는 이 중 한 분은 긴 머리를 묶고 하얀 롱 패딩을 입고 계셨는데 노래를 2곡 연속으로 불렀다. 하얀 패딩입은 긴 머리 여자분은 노래를 하면서 계속 본인 테이블 쪽을 향해 손으로 가리키며 사랑의 하트를 계속 그분에게 보냈다. 호기심 든 나랑 일행은 그 테이블 쪽을 쳐다봤으나 이상했다. 하트의 주인공은 받기 싫었는지 고개를 아예 들지 않고 땅 쪽만 쳐다보셨다. 보는 내가 다 민망한 정도였다. 2곡 연속 부른 중년의 여자분은 굴하지 않고 계속 가리키며 다양한 사랑의 표현을 했고, 계속 그 남자분은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 장난치나 보다 여자분 조금 민망하겠다 등 가볍게 생각했다. 그 테이블의 노래가 끝나고 내 앞의 테이블 남자둘 여자 둘 온 분들이 나왔다.
이 중 하얀 바지를 입은 짧은 커트머리를 한 여자분이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를 시작한 지 몇 초 후 갑자기 DJ를 향해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키를 낮춰달라거나 높여달라는 요청 같았다. 그때 갑자기 뒤편 테이블에 있던 여자분, 바로 직전에 2곡 연속 불렀던 하얀 패딩 입은 긴 머리 여성분이 뒤에서 외쳤다. "내가 말했제, 못하다 했제."
깜짝 놀랐다. 설마 하얀 바지 입은 짧은 커트머리 여성분에게 하는 말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얀 패딩 입은 긴 머리 여성분이 한 번 더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때서야 지금 마이크 든 분에게 말하고 있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테이블에서 듣고 싸우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금방 노래를 다시 시작되었다. 안심이 된 나는 짧은 커트머리 여성분의 노래에 손뼉 치며 호응했다.
문제는 노래 1절이 끝나고 간주 부분이 시작되었다. 커트머리 여성분이 간주 부분에 맞춰 살짝 춤을 추는데, 갑자기 하얀 패딩 입은 긴 머리 여성분이 뛰쳐나오더니 커트머리 여성분이 잡고 있던 마이크를 본인 손에 잡고 마이크에 얼굴을 갖다 대더니 노래 잘하라고 고함치고 돌아가셨다. 커트머리 여성뿐 아니라 그들의 일행, 앉아서 노래 듣고 있던 모든 분들이 놀라 순간 정적이 일었다. 그때 2절이 시작되고 커트머리 여성분은 노래 못 부르겠다며 꺼달라고 외치고 자리에 들어가셨다. 그 분과 같은 테이블에 있던 남자분이 하얀 패딩입은 여자분에게 "대체 뭐라고 말했어요? 왜 노래하고 있는데 방해를 해요."라고 말했다. 하얀 패딩입은 분은 "내가 말하긴 뭘 말해요. 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여러 테이블에서 노래하고 있는 사람에게 마이크 뺐어 뭐라고 말하는 거 예의가 아니지 않냐, 왜 그러냐는 원성이 나왔다.
이상하다. 나도 분명 뭔가 들었는데.
잠시 후 일이 커질 것 같으니 하얀 패딩입은 분은 "노래 잘하니 잘한다고 했는데, 왜 그래요"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이후 두 테이블 난리가 났다.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일행들끼리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다. 많이 거친 용어와 쌍욕도. 쌍욕을 왜 하냐고 들은 이들은 상대를 향해 달려가고 멱살을 잡았다. 여기저기 말리는 사람이 생기고, 폭력을 쓰려는 사람도 생겼다. 폭력 쓰려는 사람을 여러 명이 붙잡고 다른 편에 못 가게 말리는 게 힘겨워보였다. 그러다 한 팀이 나가면서 일단락되었다.
좀 전까지 있었던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노래하고 흥겨운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싸우고 모두가 당황스러웠다. 하얀 패딩 입은 분은 왜 그랬을까? 술이 취했다는 이유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술이 취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시비 건다면 이 사회는 시비 거는 사람들도 싸움이 끊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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