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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인형 Mar 25. 2022

랜드마크에 얽힌 세 명의 작가들의 이야기

[완독 일기 / 사물들(랜드마크)]

 

사물들(랜드마크) / 아침달

<BLVD> 박서련

한때 RPG 게임계에서 상위권을 다투던 MU(뮤)라는 게임이 있다. 전국 체인 PC방이던 사이버리아에 정액권을 결제하고 낮에는 직장, 밤에는 PC방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옆자리에는 당시 애인이 있었다. 서로 회사일로 바쁠 때는 상대방의 캐릭터를 돌봐주며 애틋해했다. 그 애인과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서도 PC방에서 놀았다. 신혼집의 방 하나는 게임방으로 꾸몄다. 몇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들이 만랩을 찍고, 게임 외에 다른 것들로 관심사가 옮겨 가면서 나와 배우자의 RPG 게임 시절은 막을 내렸다. 아직 내 자식들(실재하는 자식은 지금 티브이 앞에)은 그대로 있다. 계정에 로그인만 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때 그 옷과 무기를 장착한 채로.


Be loved 발음을 닮은 블러바드. 사랑에 빠지는 건 그 대상이 실재하지 않아도, 혹은 실재한다고 착각해도 가능한 것 아닌가. 실재하지 않는 랜드마크를 보고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강주룡, 셜리 클럽의 셜리처럼 박서련 작가의 캐릭터는 이번에도 매력 만점이다.


<6월들> 한유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는 초고층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있다.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근사하다. 앙감으로 찍으면 더 멋지지. 트윈타워니까 건물이 두 개다. 하나는 한국이, 또 하나는 일본이 지었다(고 일일투어 가이드 선생님이 알려줬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빨리 완공하려고 경쟁하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기고, 한국 건설사에서 불굴의 의지로 기적같이 일본보다 먼저 완공했다는 국뽕 가득한 이야기도 들었다. 쿠알라룸푸르에 서너 번 다녀왔고 늘 여행자였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기준으로 내 나름의 동서남북 동선을 짜서 도시를 탐험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부담 없이 건물과 사람을 구경했다.


여의도 쌍둥이 빌딩(LG)에 여러 번 갔다. 일하러. 한 번도 쌍둥이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왜? 여행자의 시선으로 볼 때 비로소 눈이 떠지는 그런 것도 있으니까. 여행자일 때는 반 보쯤 뒤에서 보던 것이 생활인으로 돌아가면 반 보 앞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대한생명 마크가 크게 찍힌 6.3빌딩 모양의 금색 저금통이 있었다. 어린 시절 6.3빌딩은 나에게 서울의 랜드마크였는데 지금은…. 6.3빌딩 걸어 올라가기 대회는 한번 참여해보고 싶네.  

   

<지금부터는 우리의 입장> 한정현

삼풍백화점 무너진 터에서 대통령이 났다며 풍수지리의 관점에서 집터를 얘기하는 칼럼을 읽었다. 끔찍했다. 글 어느 곳에도 그곳에서 죽은 영혼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난 후 ‘평일 낮에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명품이나 사러 다니는 한심한 주부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마치 그래도 싸다는 듯이. 하물며 백화점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던 사람은? 존재조차 가물가물. 한때 강남의 랜드마크였던 삼풍백화점은 그 흔적도 없고, 위령비마저 다른 곳으로 밀려난 지금, 두자(자영)의 넋이나마 사랑을 찾아 제자리를 찾아갔기를. 부디 자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랜드마크가 나타나기를. 한정현 작가의 글이 자영에게 랜드마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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