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일기 / 므레모사]
내가 다크 투어리스트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을 읽은 후 다크투어리즘에 대해 알게 됐고 이후로 관련 책을 많이 접했어도 남의 이야기로만 읽었다. 20여 년 전 방문한 베트남 호찌민(사이공) 외곽의 구찌 터널이 생각난 건 김초엽의 「므레모사」를 다 읽은 후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들이 구찌 지역에 만든 지하 터널이어서 구찌 터널로 불리는 그곳은 지금은 베트남 여행객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명소가 됐다. 내가 방문할 당시에는 굳이 그곳까지 찾아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구찌 터널을 방문했을까.
구찌 터널에 대한 기억은 ‘숨 막힘’으로 남아있다. 입구는 물론 통로도 좁고 낮았다. 네 발로 기어야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베트콩들의 체구가 워낙 작아서이기도 하고, 전쟁 당시 넓은 땅굴을 팔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을 것이다. 호기롭게 몸을 구기면서 입구로 들어갔지만 출구로 나오면서는 ‘이러다 기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 섬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그렇기에 전쟁의 상흔이 많은 곳이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이 이곳을 해군기지로 삼은 것도 관련이 있다. 여러 곳을 방문했다. 오키나와 민간인들이 집단 자살을 한 동굴(치비치리 가마), 미군 기지 이전 반대 투쟁 중인 헤노코 마을, 전쟁과 평화를 전시하는 사키마 미술관 등.
캄보디아 프놈펜 킬링필드의 현장에는 10층 규모의 유골 탑이 있다. 크메르루즈 정권 하에 살해된 200만 명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탑이다. 킬링필드 곳곳에 학살과 고문의 흔적이 남아있다.
「므레모사」는 다크투어를 떠난 사람들과 그 현장이 소설을 끌어가는 핵심이지만, 그 자체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적이고 고정된 것에 대한 선망, 내 안의 가짜들을 다 내려놓고 정말 나인 채로 남는 것. 고통을 구경하는 무리들에 끼어 있다가도 다른 곳에서는 내가 그 고통의 구성원이 되는 것. 내가 읽은 키워드들은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밟히는 단어는 다크투어였기에 이번 독서는 나의 지난 여행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행객들이 다크 투어를 하는 이유, 그러니까 ‘비극’을 바라보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재난을 연구하기 위해, 비극을 알리기 위해, 커다란 비극을 목격함으로써 자신의 아픔이 상대적으로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좋아요’와 구독자 수가 필요한 유투버에게는 볼거리가 필요하니까. 그렇다면 나는 왜 베트남, 오키나와, 캄보디아, 그 밖에 여러 곳에서 다크투어를 했을까. 안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지나간 일이라고. 너는 이제 안전하다고.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