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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by 브로콜리

“아줌마 본다 앞에 봐라! 가자가자.”

요즘 나는 동네 슈퍼에 갈 때마다 은근한 스릴을 즐긴다. 처음엔 그냥 친구 따라 몇 번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새로 이사 온 병진이는 다양한 무용담을 자랑삼아 하는 겁 없는 아이였다.

“내가 하는 거 잘 봐레이. 들어가면서 슬쩍 해야 된다.”

우린 아주 오래 전부터 동네에 있는 슈퍼에 들어갔다. 말은 슈퍼지만 사실 작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까지 모두 다 아는 분들이 운영하는 슈퍼다.

병진이가 슈퍼를 들어서며 손을 쓱 내밀어 옆에 있는 참치캔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난 순간 깜짝 놀라 눈이 커진다. 극도로 긴장이 몰려와 온몸이 경직되고 뒷 머리카락이 삐쭉 선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난 어색하게 구석에서 과자를 고르는 척하며 병진이에게 말했다.

“이제 그냥 가면 되나?”

병진이는 앞을 보고 혼잣말처럼

“아줌마가 보니까 앞에 봐라!”

슈퍼 아주머니가 고개를 내밀고 우릴 쳐다보곤 다시 티브이로 눈은 돌린다.

그렇게 우린 작은 과자를 하나씩 계산하고 나왔다.


“우와! 대단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호주머니에 넣어뿌네?”

난 놀라서 감탄하며 말한다. 병진이는 의기양양해 하며 말한다.

“들어가면서 하나 넣고, 나오면서도 하나 더 넣어 나올 수 있다. 담에는 니가 함 해봐라.”

그 후로 난 슈퍼를 갈 때 마다 작은 물건을 하나씩 슬쩍 훔쳐서 나오곤 했다. 주로 친구들과 같이 갔을 때만 이런 행동을 했는데 혼자 있을 때는 너무 겁이 났기 때문이다. 뭔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친구들과 일종의 놀이를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대건아 내랑 같이 문방구 갈래?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어느 날, 어릴 때부터 친했던 대건이와 놀고 있었다. 대건이는 아주 어릴 때 나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내 가장 친한 친구이다. 지금은 다른 동네에 살지만 여전히 같은 국민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우린 학교에서 늘 같이 놀곤 했다.

난 대건이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오! 뭔데? 같이 가보자.”

우린 문방구에 들어갔다.

난 평소처럼 작은 사탕 하나를 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문방구를 나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봤제? 내 잘 하제?”

대건이는 말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우린 방금 산 과자를 먹으려 운동장 벤치에 앉았다. 난 친구에게 내 멋진 모습을 보여줘 기분이 들떠 있었고 과자를 허겁지겁 뜯었다.




“동규! 니 한테 너무 실망했다.”

갑작스러운 대건이의 말에 난 진심으로 당황했다.

“니 그거 도둑질인거 모르나? 내 지금 당장 문방구에 가서 말하고 싶은데 니 라서 참는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

그동안 친구들과 재미로 했던 ‘놀이’였다. 대건이는 항상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고 웃어주던 친구였다. 나에게 일종의 놀이였는데 그래서 자랑삼아 보여줬는데 대건이는 나에게 처음으로 화 아닌 화를 내며 말한다. 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갑자기 그 동안 내 도둑질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이걸 자랑이라고 대건이한테 보여줬을까?

생각해보면 대건이 집은 아랫 동네에서 조그만 슈퍼를 한다. 그런 대건이에게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졌을까? 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대건이 눈을 마주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어. 그… 그래….”

그날 이후, 나는 다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대건이가 내 양심을 깨운 셈이다.

물론…

가끔 튀김가게에서 튀김을 5개 먹고 4개 먹었다고 계산한 적은 있지만…

그건 진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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