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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위 세상

by 브로콜리

우리 동네 아래쪽 공터에서 동진이 할아버지는 퐁퐁을 하신다.

퐁퐁은 바닥에 설치된 튼튼한 천 위를 아이들이 뛰어오르며 노는 일종의 트램폴린이다. 10분에 100원을 내고 탈 수 있는 퐁퐁은 우리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다. 난 이런 할아버지를 둔 동진이가 너무 부러웠다.

할아버지 퐁퐁은 매일 점심때쯤 설치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거친 손으로 수십 개 철 스프링을 고정하고, 넓고 무거운 천을 땅에 쫙 편다. 천 사각에 달려 있는 수십 개 구멍에 스프링 반대쪽을 하나하나 고정한다. 이 작업은 꽤나 힘든 작업인데 이런 수고를 할아버지는 매일 하신다.

“저녁에 그냥 안 걷고 놔두면 내일 다시 안쳐도 되지 않나요?”

할아버지는 대답을 안 하신다. 가끔 할아버지가 왜 굳이 매일 퐁퐁을 걷었다가 다음날 다시 설치를 하시는지 이해가 안되기도 했다. 사실 할아버지가 퐁퐁을 안 걷으면 밤에 몰래 가서 실컷 타고 싶기도 했다.


100원이 생기면 우린 지체 없이 퐁퐁으로 달려간다.

그렇다고 바로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기 많은 퐁퐁은 항상 대기줄이 길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오면, 우린 모두 양말을 벗어 신발에 넣어두고 퐁퐁으로 올라탄다. 양말을 벗어야만 퐁퐁에서 제대로 놀 수 있다. 그리고 첫 점프.

첫 점프엔 잘 안 뜬다. 하지만 두, 세번 꾹꾹 점프를 하면 어느새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듯이 오른다. 여기서 겁을 먹고 움츠리면 안된다. 더 높게 더 힘차게 뛰면 내가 마치 새가 된 것 같고 매우 상쾌한 기분이 느껴진다.

프로레슬링 기술을 연습한다.

“앞으로 돌 수 있나? 뒤로는?”

앞 덤블링은 대부분 할 수 있지만 백 덤블링은 몇몇 친구만 가능하다. 그리고 타잔 날다람쥐 점프 기술은 겁이 나서 도저히 되지가 않는다.

“이제 시간 다 됐다.”

동진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야 마지막 기술 써라!”

10분은 너무 짧다.


가끔 난 동진이 할아버지가 퐁퐁 설치할 때 도와드리기도 한다.

스프링을 하나하나 사각 철 틀에 고정하고 천을 당겨 퐁퐁을 조금씩 완성한다. 설치를 마치고 나면, 일부러 어슬렁 어슬렁 주위를 맴돈다.

“올라가서 좀 타라.”

“야호!”

할아버지 한마디에 노동은 상쾌한 점프로 바뀐다.


가끔 할아버지가 안 계실 땐 동진이가 퐁퐁을 운영한다.

허리에 동전 전대를 멘 동진이는 작은 사장님 같다. 그리고 우린 살짝 기대한다.

“좀 더 타라. 게안타.”

“야호! 20분이야!”

우린 100원에 20분도 넘게 퐁퐁을 탄다.

동진이 특혜 덕분에 우린 두 배로 점프하고 두 배로 신난다. 내려오면 온몸이 땅에 철썩붙는 느낌이다. 지구가 날 세게 당기는 느낌이다. 이런 기분은 퐁퐁 탄 사람만 알 수 있는 기분이다.


어느 날 잠들기 전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500원을 내고 퐁퐁을 마음껏 타며, 하늘 끝까지 솟아 백덤블링도 날다람쥐 점프도 꼭 해보고 싶다. 그땐 진짜 하늘을 살짝이라도 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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