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들과 조금 다른 발을 가졌다. 오른발 발가락이 여섯 개. 그중 새끼발가락과 양 옆 발가락 세 개는 붙어 있다.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으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양말을 벗으면 내 비밀은 드러난다.
“엄마! 내 발가락은 왜 이렇노?”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몰라. 태어날 때부터 그렇데.”
‘발가락이 6개인 데다가 세 개가 붙어 있다니…’ 난 어릴 적부터 이 발가락이 늘 마음에 걸렸다. 누가 볼까 조마조마했고, 괜히 숨기고 싶었다.
가끔 아빠를 따라서 목욕탕에 가게 되면 조마조마한다. 저 멀리서 내 쪽을 쳐다보는 저 아저씨, 신경 쓰인다.
‘혹시 내 발가락을 보고 있는 건가? 니 발가락이 와 그렇노?’라고 할까 봐 걱정된다.
매년 학교에서 하는 신체검사는 날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1학년, 2학년 때 모두 친구들이 내 발가락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니 발가락이 이상하게 생겼네?”
2학년 신체검사에서 민국이가 내 발이 이상하단걸 발견하고 나에게 물었다.
“어, 발가락이 좀 특이하제?”
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혼자 속으론 너무 부끄럽고 민국이가 크게 말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근데 민국이는 몇 초간 유심히 보더니 ‘별거 아니네’하는 표정으로 금세 흥미를 잃고 돌아갔다. 몇몇 다른 친구들도 금세 흥미를 잃고 별말 안 한다. 신체검사가 끝나고 내 발가락이 온 학교에서 큰 화젯거리가 될까 고민했던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3학년 신체검사에서는 선생님께서 유독 아이들을 유심히 살피셨다.
“자. 다음, 동규 올라오세요.”
난 체중계위로 팬티만 입고 올라갔다. 먼저 검사를 마친 친구들은 교실 끝에서 각자 옷을 입고 장난을 치고 있다. 나머지 친구들은 내 뒤에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 아직 내 발을 유심히 보고 알아차린 친구는 없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체중계위에 올라서니 제일 먼저 몸무게를 적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크하기 시작하셨다. 눈은 문제없는지 코는 정상인지 귀는 정상인지.
“자. ‘아’하고 입 벌려봐라. ‘이’ 해봐라.”
우리 선생님은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유독 아이들 신체검사를 꼼꼼히 하신다.
입안을 체크하신 선생님은 손가락이 몇 개인지 세기 시작하신다.
“자 손 함 보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혼잣말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다 세시는 선생님을 보고 있으니 점점 긴장이 몰려온다. ‘발가락도 저렇게 세면 어쩌지? 제발 넘어가 주세요’ 혼자 걱정하고 있는데, 선생님 시선이 발을 향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혼잣 말로 아홉에서 멈춘 선생님. 난 긴장했다. 선생님은 하나하나 체크하시던 종이에 똑같이 무심히 체크를 하시곤 말씀하신다.
“자. 다음 당근이 올라오세요.”
당연히 ‘동규 니 발가락이 와 이렇노?’라고 물어봐야 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시고 그냥 넘어갔다.
선생님이 아무 말없이 넘어간 그 순간, 난 안도했다. 그리고 내 발가락이 예전처럼 싫지만은 않다.
내 발가락은 더 이상 이상한 게 아니게 됐다.
그냥 나만 가진 특별한 발가락.
그걸로도 충분하다.